“제로에너지건축 도입기에는 설계 및 허가 단계에 맞춘 평가제도가 운영됐다면 앞으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및 주택에 실제 구현된 성능을 검증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박덕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건물에너지연구센터장은 제로에너지건축 제도가 나아갈 방향으로 이같이 말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실제 건축물에 구현된 성능을 검증해야 하고 에너지 시뮬레이션과 실제 에너지 성능 간 갭을 줄이는 과정에서 신기술 개발과 신산업 시장 확대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KCL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친환경주택 에너지절약계획서 검토 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주택사업계획승인을 위한 필수절차다. 한국에너지공단, 한국부동산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검토 자문을 해왔지만 수요 증가와 관련 기관 역할 변화로 새로 전문기관을 지정할 필요성이 생겨 KCL 등 민간기관 포함, 확대 지정됐다.
박 센터장은 “KCL은 시험 인프라를 갖추고 건물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을 통해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 기술 개발 및 최적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며 “공정하게 검토하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단열재, 창 등 설비를 넘어 건물 형태 변경 등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다양한 기술 대안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지금은 건물 에너지 정책이 친환경주택 에너지절약계획서처럼 주로 신축 건물에 대한 허가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에너지가 실제 얼마나 절감되는지 실증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 단계 성능 검증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싱가포르 등에서 운영하는 그린마크 인증제도는 설치 기준을 세세하게 마련하는 대신 일정 기간 후 실제 성능을 검증하고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소명하도록 한다”며 “운영 단계에서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용역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CL은 융복합 기술 성능을 검증하는 국책과제인 '건축물 공간단위 동적성능 시험인프라'와 이와 연동되는 에너지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기후환경실증설비, 건물일체형 태양광설비(BIPV) 시험장비 등 성능 실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다양한 건축 에너지·환경 성능 실증 인프라를 활용해 제도와 기술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네거티브규제 기반 유연한 성능 평가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운영 단계에서 검증하려면 새로운 성능 평가 기준에 자재, 단열재, 창, 냉난방 시스템,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요소기술이 쉽게 유입돼야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에너지건축 시장도 자재 시장이나 허가 관련 설계사무소 중심에서 시뮬레이션 기반 진단과 컨설팅, 운영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엔지니어와 엔지니어링 업체가 대우받는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기술별 표준화 작업을 통해 탄소중립과 제로에너지가 지닌 엔지니어링 잠재력을 산업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 평가 기준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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