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전세계 날씨가 미쳤다...직·간접적으로 우리 삶에 악영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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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열대야는 일찍 찾아왔다. 여름은 본래 덥지만, 시기가 한참 이르다. 이례적으로 장마가 닥치기 전인 6월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우리를 찾아왔다. 특히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많은 이를 잠 못 이루게 했다. 기상이변이다. 6월 하순의 이런 열대야는 기상관측 시작 이래 역사적인 일이라고 한다. 뜨거운데 습하기까지 해 짜증 지수가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에는 비가 이어졌다. 우리는 온건한 빗줄기가 이어지며 해갈이 이뤄지길 기대했는데 결과는 짧지만 굵게,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물줄기였다. 미쳐버린 날씨의 원투펀치다.

한반도 날씨만 이상한 게 아니다. 전 세계가 그렇다.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곳에서 기상이변에 고통받고 있다.

전 세계가 펄펄 끓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지난달부터 이른 더위에 고통받고 있다. 스페인 역시 지난달부터 더웠다. 남부 지방에 40도를 넘는 폭염이 찾아왔는데, 덥기로 유명한 스페인 세비야는 아예 정도별로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관리키로 했다. 태풍에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상고온은 단순히 온도가 높아지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스페인 등에서는 산불이 빈발했고, 이탈리아의 경우 땡볕이 7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을 불렀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심지어 지난 3월부터 폭염이 시작해 이어졌다. 미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더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런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우리나라를 놓고 보면 지구 전체가 더워지면서 한반도 주변 수온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크게 성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름철 일기예보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나오는 단골손님이다. 이 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을 차지하면 늘 무더위가 닥쳐왔다. 보통 7월 말 세력을 키워 장마를 종식하는 역할을 하는데, 올해는 매우 이례적으로 지난달 말부터 우리나라까지 당도했다.

이렇게 기온이 오르면 바다에서의 증발량이 증가해 대기가 많은 수증기를 품게 된다. 당연히 최근과 같은 폭우도 훨씬 빈번하게 내린다.

무서운 점은 이런 기상이변이 직접적인 더위, 폭우를 일으키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접적인 다양한 방면과 영역에서도 우리가 이룬 것들을 갉아먹고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인류에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일례로 지난달 21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어진 폭염에 온도가 60도까지 오른 선로가 휘어진 탓이다. 사회를 이루는 인프라가 기후변화 탓에 기능을 잃은 것이다.

기후변화는 식량 수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근래 미국, 그중에서도 아이다호주 감자를 보기 어려워진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아이다호는 세계 최대 감자 생산지다.

이 때문에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을 내놓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해상 운송이 어려웠던 것도 영향을 끼쳤지만, 기후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열매가 햇빛에 데는 '일소 피해'가 발생했고, 건조 현상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빈발했다.

이런 기후변화 여파는 갈수록 정도를 더하고, 이미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피해들을 막으려면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