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라는 개념이 태동하고 빙하기 같은 시기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봇물 터지듯 AI 논의가 뜨겁다.
이제 막 원시인류를 넘어선 지능을 구현했을 뿐인데 어찌 보면 과도한 관심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현상은 2차 빙하기처럼 갑자기 찾아와서 새로운 과학적 진보가 나타날 때까지 무심한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AI가 바둑도 두고 체스도 두지만 승리의 기쁨도 모르고 교육적 측면으로 일부러 져 주지도 못한다. 이러한 인간적인 다양성이나 모호함 등 궁극적 인간성을 갖추기까지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
AI가 발달하면서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에 이르면 인간의 직업이 없어지고 인류는 AI에 종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상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AI가 인간 이상의 감정을 지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현재 한참 개발 중인 양자 컴퓨터와 그 이후에 개발될 장비들은 AI의 수준을 급격히 끌어올리기에 적합하다. 그때쯤에는 각각의 분야에서 개발돼 오던 AI가 서로 연계돼 AI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다.
스파크코그니션 설립자인 아미르 후사인은 센티언트 머신(The Sentient Machine, 2017)에서 인간은 스스로 진화할 것이며, AI의 창조자가 돼 신이 인간에게 기대하는 바에 부응할 것이라고 기술했다.
저자가 예시로 들은 사례들은 AI가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는 이미 몸의 항체들이 저항해 보다가 결과적으로 병원균에 항복한 상태다. 사이버 해킹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방법의 해킹은 당하고 난 다음에야 문제가 드러나고,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는 중국 해커로부터 매일 10만건 정도의 해킹 시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는 스스로 학습해서 병원 가는 시간을 앞당기거나 해킹 시도 초기에 이상 탐지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AI를 통해 중요한 사건의 발생을 하루라도 빨리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엄청난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
AI라고 하더라도 항상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 이름을 내걸고 40억달러를 투자해서 만든 IBM 왓슨이 투자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10억달러를 받고 사모펀드에 매각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동안 투자한 기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IBM 같은 기술회사가 자존심 걸린 기술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왓슨 고도화에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었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왓슨을 도입한 병원에서의 진단 정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IBM AI 왓슨의 매각이 시장에 던지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IT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현재의 세상은 사건과 사고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아파트 건설 도중 건물 붕괴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AI가 안전성을 계산하면서 건설을 진행한다면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 공사를 서두르라고 해도 안전성을 담보하는 경고를 간과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스키장의 리프트가 역주행하는 사고가 났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한다.
AI를 탑재한 자동 조정장치가 있었다면 그러한 징후 발견 즉시 운행을 중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드러난 것은 없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AI 활약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전쟁이 끝나야 구체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발전은 미래를 보고 달려가지만 현재를 거치지 않고 나아갈 순 없다. AI의 여정이 현재와 미래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철 메타넷티플랫폼 고문 dongchulxx@meta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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