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된 증강현실(AR) 기반의 수술용 의료기기가 임상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스키아는 지난달 중순 이대목동병원이 진행한 유방암 수술에 AR 솔루션 '스키아'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첫 탐색임상으로, 수술은 병리검사에서 '네거티브 마진' 판정을 받았다. 암세포를 정상 조직에서 깨끗하게 떼어냈다는 의미다. 기존 수술 방식 대비 동등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비열등성'을 입증받은 것이다.
수술을 집도한 이준우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암세포 모양이 가시처럼 삐죽삐죽해서 쉽지 않았지만 수술 전 단계에서 스키아를 통해 병변 위치와 모양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키아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태블릿을 통해 실제 환자 몸에 정합하고 병변 위치(병의 원인이 되는 곳)를 표시하는 기술이다. 병변 위치와 깊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의사 입장에서는 각종 자료를 보고 머릿속으로 구현한 병변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수술 부담을 줄여 준다”면서 “(여러 외과 수술에 적용이 가능해) 의료 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R 등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고 있는 분야다.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같은 곳에서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등장한 수술용 AR 의료기기는 환자의 뼈나 피부에 박거나 부착하는 형태로, 불편이 따랐다. 이에 비해 스키아는 별도의 마커 없이 공간과 환자 몸을 통째로 스캔하고 추적하는 기술로, 기존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력을 인정받아 2020년 식약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스키아는 앞으로 임상 사례를 더 쌓고 적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 대형병원과 안면재건술에 스키아를 적용하는 임상을 준비 중이며, 의대 해부학 실습 솔루션도 만들고 있다. 의료 교육과 임상에 쓰임새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종명 스키아 대표는 “이번 임상은 AR 기술을 본격적으로 의료 서비스, 특히 정교한 외과수술에 활용하는 사례”라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혁신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