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석열이형' 기질은 여전했다. 원전과 방위산업 등 우리 주력 수출상품을 각국 정상에게 소개하는 '세일즈 외교'에서였다. 우리 원전 산업과 방위산업의 우수성을 양자회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톱다운' 방식을 사용했다. 상대국가 정상에게 '실무진에게 우리 상품(기술력)을 보고 받으면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세일즈를 펼쳤다. 이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대통령과 장관, 부처, 기업이 한 팀이 되는 '팀코리아'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새벽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끝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공군 1호기에서 기내 간담회를 갖고 나토 정상회의 경제 성과를 묻는 말에 원전과 방위산업 세일즈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원전 문제는 유럽의 많은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인식, 에너지 안보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신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다들 알다시피 대한민국 원전 시공 능력은 단연 세계 최고다. 우리가 독자 개발한 APR1400 모형에 대한 소개 책자 브로셔를 많이 준비해가서 직접 정상들에게 설명하며 책자도 소개했다.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상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한국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가장 안전하고, 그리고 가장 신속하게 빠른 시일 내에 시공을 완료할 수 있다. 여러분이 아마 참모에게 보고를 받게 되면, 그리고 우리 경쟁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제시받는 보고를 받아보시면 아마 우리 대한민국 제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하는 것을 아실 것이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방위 산업 역시 관심을 보이는 나라가 많았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자국 국방을 더욱 강화하고 또 방위 산업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국가가 많았다. 우리와 초기부터 방위 산업 연구개발을 함께 해서 기술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을 희망하는 나라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방위 산업은 국방부 장관이, 원전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속적으로 상대국 장관과 세부 협의를 진행하면서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상 간의 만남에서 우리 주력 수출 상품에 대한 장점을 강력하게 어필한 뒤 실무는 장관이나 부처에게 맡기는 전형적 '톱다운' 방식이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정부 고위관계자가 직접 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외교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과도 일치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간의 심도있는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발맞춰 팀코리아(정부·기업)도 움직이고 있다. 정상 세일즈 외교의 가시적 성과도 곧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중국이 반발한 것에 대해선 “특정 국가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어떤 국가든지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존중하지 않고, 세계가 함께 지켜가야 될 가치와 규범을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에는 우리가 다함께 규탄하고 또 함께 연대해서 제재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각국 정상의 반응은 생각보다 수위가 높았다며 “대단히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고 또 한반도의 엄중한 긴장 관리가 필요하다는 그러한 입장들을 실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미일 3국 정상 역시 북핵 대응에 있어서 군사적 안보협력 재개가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에 합의를 봤다고 할 수 있다. 세부적인 것은 각국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안보 관계자가 이어갈 논의에서 더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가장 외교적 의미 있었던 일정으로 한미일 정상 3자회담과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한일호뉴(AP4) 정상회의를 꼽았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