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을 개발할 때 약물이 환자 심장에 독성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심장 독성 유발 확률을 정확히 판단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함으로써 신약 개발 비용·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남호정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이 심장박동을 조정하는 hERG 채널 활동을 방해하는 약물을 개발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는 AI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hERG는 심장에서 칼륨(K+) 이온 흐름을 조절해 심장박동을 조정하는 유전자로, 심장 세포막에 존재하는 hERG 이온 채널은 심장 활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hERG 이온 채널 활동을 약물이 억제하면 다형성 심실빈맥을 일으킬 수 있다. 시장에 출시된 여러 약물이 의도치 않은 hERG 채널 저해에 따른 심장 독성을 보여 퇴출당하기도 했다.


항암제 등 약물에 의한 심장 독성은 신약 개발에서 큰 난제로 꼽힌다. 독성 유발 잠재성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세포나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다. 심장의 경우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 매우 드물고 세포 분리 및 배양이 어려워 독성 평가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신약 개발 단계 가운데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지는 생물·화학적 검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심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hERG 채널 저해제 예측'을 위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AI 모델과 비교해 3~18% 높은 정확성·신뢰성·해석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hERG 저해제 예측 연구에서 사용하지 않은 대용량 데이터를 AI를 통해 사전학습해 다양한 화합물 구조에 익숙하고 베이지안(Bayesian) 심층 신경망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다른 모델에 비해서도 예측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모델이 입력 데이터에서 예측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스스로 강조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어텐션 기술을 통해 새로 개발된 모델이 hERG 채널 저해와 관련된 부분 구조에 올바르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 공개된 다양한 AI 모델과 비교해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이는 동시에 예측 점수 신뢰도가 기본 모델 대비 30% 이상 높았다. 독성 원인이 되는 화합물의 부분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해석할 수 있다는 차별점도 갖고 있다.
남 교수는 “약물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약물 심장 독성 유발 가능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신약 개발 단계의 효율성 및 약물 안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며 “약물 발굴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여 신약 개발 시간 및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설명 가능 AI 기반 약물 후보의 독성 및 부작용 예측 시스템 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생물정보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생물정보학 브리핑'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