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는 당연히 못 시킵니다. 창문을 닫아도 어디서 들어왔는지 집안에 벌레가 계속 있어요. 익충이라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 등 서울과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일명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벌레가 대거 출현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짝짓기하는 동안에는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는 별명을 가진 이 벌레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 1cm가 조금 안 되는 크기의 파리과 곤충이다.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과정을 거친 러브버그의 성충은 3~4일 동안 짝짓기한 뒤 수컷은 바로 떨어져 죽고, 암컷은 산속 등 습한 지역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알을 300개씩 낳을 정도로 번식력도 엄청나다.
독성도 없고, 인간을 물지도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진드기 박멸, 환경정화에 도움을 주는 익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도심 곳곳에 떼거지로 출몰해 혐오감을 줄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날아드는 습성 탓에 시민들에게는 ‘익충 아닌 익충’으로 불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종로인데 여기까지 퍼졌다”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다. 스트레스 받아서 눈물 날 지경” “가게문도 못 열고 있다. 바닥에 우글우글하다” “이정도로 나오면 해충이다” 등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러브버그가 최근 국내에서 대거 출몰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6월 말 이어진 장마 등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비가 내릴 때는 연무 및 분무 방역이 효과가 없어 제때 방역을 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은평구 보건소는 자체 일제방역과 함께 각 동 새마을자율방역단과 자율방재단의 협조를 얻어 대대적인 긴급 방역에 나섰다. 인근 자치구인 마포구도 선제적인 긴급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러브버그는 파리과인 만큼 가정에서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등을 이용해 퇴치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시중 모기향 대부분에는 피레스로이드가 들어있다.
또 은평구 보건소 관계자는 러브버그가 밝은색이나 불빛에 달려들기 때문에 되도록 어두운 색상의 옷을 착용하고, 야간에는 커튼을 통해 불빛을 차단할 것을 권고했다. 창문 틈새도 꼼꼼히 정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