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카드사 주유 특화카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해 초 대비 카드 발급량이 40% 이상 늘어난 곳도 상당수 있었다. 1년 새 휘발윳값이 리터당 500원 이상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기름값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이 카드사 주유 특화카드에 눈을 돌린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급증한 유가에 따라 전업 카드사 주유 특화카드 발급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
주유 특화카드는 말 그대로 기름값이나 LPG 충전 등을 할 때 할인이나 적립 등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체크카드를 말한다. 카드사는 고객 전월실적에 따라 통상 리터당 100원 안팎의 기름값을 할인하거나 적립해주고 있다.
신한카드의 '신한카드 딥 오일' 카드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대비 지난달 발급량이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한 달 동안 발급된 카드 수만 비교하면 지난달 전체 발급량이 30% 증가했다. 신한카드 딥 오일은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10%(최대 월 30만원)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의 주유 특화카드도 발급량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카드에 따르면 SK·GS주유소에서 주유할 때 리터당 150점 적립 받을 수 있는 '이지 오토 티타늄카드'의 경우 지난해 12월 발급량 대비 지난달 말 전체 발급이 26%나 늘었다.
하나카드의 '멀티오일 카드'는 올해 1월 대비 지난달 전체 발급량이 40%나 급증했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멀티오일 카드는 올해 1월 이후 △2월 6% △3월 33% △4월 25% △5월 41% 등으로 전체 발급량이 1월 대비 50% 가까이 상승 중이다.
다른 카드사도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유 특화카드 발급이 대폭 확대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GS칼텍스와 선보인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에너지플러스카드 에디션2'은 3월 이후 40%가 넘게 발급량이 늘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유가가 폭등한 3월 이후 에너지플러스카드의 월평균 신규 발급량이 이전 대비 4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도 “지난해 12월 말에 출시된 '삼성 아이디 에너지'가 1월 대비 5월 발급량이 2.4배 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롯데카드도 유가가 본격 폭등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주유 특화카드 월평균 발급량을 전년 대비 24.9%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상회하면서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카드사 주유 특화카드 발급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일보다 리터당 1.43원 내린 2121.9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2144.90원과 비교하면 23원 줄어든 것이다. 정부가 이달 1일부터 현재 30%인 유류세 인하율을 올 연말까지 한시로 현행법상 최대한도인 37%까지 늘린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19.79원으로 511.11원이 비싸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에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주유 특화카드 발급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기름값을 비롯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