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남궁훈號'...카카오 '글로벌 진출' 가속·신뢰 회복 기틀 마련

최저임금 받으며 책임경영 의지
사내채널 열고 직원 소통 강화
카카오특 유니버스·웹 3.0 등
플랫폼 콘셉트 변화에 집중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6일 취임 100일 맞는다. '위기의 카카오' 구원투수로 나선 남궁 대표는 미래 비전 '비욘드 코리아'를 공동체 전반에 심는데 주력했다. '카카오표 메타버스'를 통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가속화하고, 무너진 카카오의 신뢰와 정체성 회복을 위한 상생 전략으로 변화의 씨앗을 심었다는 평가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가 지난 6월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의 메타버스 방향과 콘센트를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가 지난 6월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의 메타버스 방향과 콘센트를 설명하고 있다.

◇소탈한 리더십 발휘…위기대응 빛났다

남궁 대표 특유의 소탈한 리더십이 위기의 카카오에서 두드러졌다. 취임 전후로 격의 없는 소통 행보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대표로 내정되자마자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하며, 강력한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했다.

또 취임 전 내정자 신분으로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개최, 카카오의 미래 비전인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카카오는 이제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에 가까운 메시지”라며 카카오의 '글로벌화' 전략에 전력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직원들과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비전 톡 위드 엔케이(남궁훈 대표 영어이름)'라는 이름의 사내 채널을 열어 자신의 각종 경험담을 털어놓고, 직원들과 댓글로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그간 직원들과의 소규모 모임만 20회 이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팅 주제는 직원들이 정했다. 다양한 대면 모임으로 활기있는 조직 문화를 되찾기 위한 의지를 다졌다.

'컨트롤타워'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역할도 재정비했다. 카카오 공동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3000억원의 상생 기금을 마련해 소상공인과 창작자, 디지털 약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CAC 센터장은 김성수 의장과 홍은택 센터장에게 맡겼다. 전문성을 살려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에 답이 있다”…글로벌 시장 출사표

남궁 대표는 국내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초 카카오가 그리는 메타버스 생태계 '유니버스(Universe)'를 공개했다. 유니버스의 주춧돌은 '카카오톡'이다. 기존 '지인 기반의 메신저'에서 '비(非) 지인 관심 기반 플랫폼'으로 콘셉트를 바꿔, 전 세계 사람이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전 세계 50억명 이용자가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이 카카오가 조성한 유니버스 생태계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남궁 대표의 목표다. 장기적으로 카카오 유니버스는 '비욘드 코리아' 비전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기존 '카카오톡'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인 간 소통이라는 메신저 본연의 역할을 넘어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내에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에 프로필도 개편된다. 이용자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고, 향후 '멀티 페르소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웹 3.0 주도권 '도전'

남궁 대표는 카카오 유니버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웹 3.0' 시장도 키운다. 창작자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한 콘텐츠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B2C2C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크리에이터나 오픈채팅방 방장 등에게 수익을 안겨주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의 B2C2C 생태계는 카카오 유니버스 내 오픈링크, 프로필 영역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선보여질 예정이다. 사내에 링크 부문, 플레이채팅 CIC 등 별도 조직을 구성해 웹 3.0 시대에 맞춘 서비스와 경제 생태계를 선보이기 위해 다각도로 준비 중이다.

특히 카카오 공동체와 협업으로 텍스트 위주였던 카카오 서비스를 이미지, 영상을 넘어 가상현실(VR) 영역까지 확대하며, 이용자들에게 웹 3.0 시대에 맞는 다양한 메타버스 환경을 제시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브레인은 얼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거나 또 다른 자아를 구현하는 등 몰입도를 높여줄 초거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넵튠은 모바일과 PC를 아우르는 3차원(3D) 가상공간 메타버스 서비스 '컬러버스'를 공개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도 올해 본격적인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추진, 웹 3.0 시대에서 글로벌 '탑티어'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 근무제 안정화·계열사 정리·M&A 이슈 등 현안 산적

남궁 대표의 카카오 글로벌 여정과 체질 개선 작업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달부터 도입된 새로운 원격 근무제의 조기 안정화도 당면과제다. 파격적인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했으나 과도한 감시 등으로 내부에서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발표 하루 만에 수정에 나섰고, 당분간 파일럿 형태로 운영하며 수정 보완해 나간다. 과거 카카오게임즈 대표 시절 직원들과의 가감없는 소통과 사비를 털어서라도 챙겨줬던 복지로 호평을 받았던 그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계열사 정리 작업도 여전히 갈길이 멀다. 올해 말까지 계열사를 100여개로 줄인다고 선언했지만 올해 5월 기준 국내 계열사는 136개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도 136개사를 계열사로 보유했다. 올해 지속적으로 계열사 흡수합병을 시도하며 교통정리에 나섰으나 숙원 과제인 '글로벌화'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신규 인수가 발생해 전체 계열사 수는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향후 어떤 방식으로 계열사를 정리할지도 업계 관심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에 대한 노조 반발도 거세다. 남궁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표>'취임 100일' 남궁훈 대표의 주요 발자취

취임 100일 '남궁훈號'...카카오 '글로벌 진출' 가속·신뢰 회복 기틀 마련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