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이 펼쳐졌다. 반도체는 단순 단일 산업이 아니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할 핵심 산업이자 국가 외교·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급부상했다. 각국에서는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반도체 산업 중요성을 인식하고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지만 메모리 분야에 치우친 '반쪽짜리' 강국이다.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해 생태계 기반이 되는 인력 양성 등 시급히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산재해있다. 전자신문은 반도체 초격차 포럼 출범을 앞두고 긴급 사전 간담회를 열었다. 반도체 업계 리더들과 함께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인력 양성 등 풀어야 할 과제를 짚었다.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김수환 서울대 공과대 교수(관악아날로그 대표)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한양대 교수)
백홍주 원익QnC 대표
양향자 국회의원(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서규 한국팹리스연합회 회장(픽셀플러스 대표)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우선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현황부터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기술 경쟁력과 생산 능력, 산업 생태계 중심으로 진단해보자.
◇양향자(국회의원·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한지 올해 딱 30년째다. 1992년도에 D램 1등을 했다. 이후 플래시 메모리도 정상에 올랐다. 메모리 반도체가 어느 수준에 와 있는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세계 1위다. 최근에는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양산에도 돌입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메모리 반도체는 컸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 산업은 아쉽다. 파운드리에서 강자는 대만이다.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압도적 1위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컨드벤더(2위 공급업체)로서도 불안한 위치에 있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
앞으로 반도체는 우리나라와 미국, 대만의 3파전에 될 것이다. 중국도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 장벽이 높고 시장 리더십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기술 경쟁력이나 산업 생태계 등 총체적으로 정리하면 우리는 한쪽에서 30년째 1위를 유지하지만 불안한 상황이다.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 문제고 결국 이는 국가 안보와 외교와 직결된 문제다.
◇이창한(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우리나라 반도체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 역량은 문제가 되고 있다. 3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1위를 했다. 내가 산업부 사무관 시절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도체 만들겠다고 하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생산 능력을 100%로 투입했다.
그러나 기저에 깔린 메타 생산 능력은 부족하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광범위한 역량과 생산능력을 말한다. 팹리스도 이 부분에 포함되고 다양한 칩을 만드는 역량도 메타 생산 능력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 부분이 취약한 상황이다. 부족한 부분을 빨리 찾아 메우지 않으면 안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생산 능력이 아닌 메타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역할이다.
◇박재근(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메모리도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마이크론이 신기술을 우리보다 앞서 발표하며 삼성전자 턱밑까지 추격했다.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하는데 지연되는 부분이 많다. 메모리 반도체도 위기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서 조사해보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매출 총액이 40조원까지 올라왔다. 소자 업체와 비교하면 약 30% 수준 정도 된다. 소부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 1조원 넘는 기업은 세메스와 원익 등 손꼽힌다. 재료 분야도 SK실트론이 1조8000억원까지 올라왔지만 일본 수출 규제 당시 우리가 주로 수입했던 신에츠만 하더라도 18조원에 달한다. 아직도 해외 소부장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반도체 설계 팹리스는 4조5000억원 정도로 정체된 경향이 있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리 소부장 기업의 안정적 생산에 기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원가 부담이 커진다. 기술적으로 위기라는 의식을 가지고 소부장과 어떻게 동반 성장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백홍주(원익QnC 대표)=30년 전 처음 반도체 시작했을 때는 파운드리라는 산업 자체가 없었다. 1980년대 후반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파운드리 사업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우습게 봤다. 미국과 일본도 우습게 봤다. 출발은 그랬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로 시작을 했지만 나중에 시스템 LSI 사업부로 분리됐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인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때도 회로 설계와 파운드리는 같이 했다. TSMC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나중에 다시 회로 설계와 파운드리를 분리했다.
이제 시스템 반도체는 단순 설계를 넘어섰다. 애플도 디자인을 하고 테슬라도 반도체 칩을 만든다. 모두 반도체 기업이라고 해야 하나. 애매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트렌드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김수환(서울대 공과대 교수·관악아날로그 대표)=반도체 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메모리 산업은 장치 산업이다. 생산성이 중요하다.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를 잘했던 것은 중화학 공업 기반에서 인프라를 강조했던 성과다. 그런데 메모리도 순수한 메모리가 아니라 시스템 쪽으로 가고 있다. 인터페이스가 추가로 붙는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커지고 있는데 시스템 반도체는 장치 산업이 아니라 인력이 중요한 산업이다.
IBM 왓슨 연구소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당시 선임이 대만 사람이었는데 2000년대 초반 대만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막 커지던 시기였다. 대만이 그때 강조한 것이 인력 양성이었다.
시스템 반도체는 제품 응용이 굉장히 중요하다. 다양한 응용 제품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산업이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다. 이게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에서 취약한 영역이다.
◇사회=자연스럽게 인력 문제가 나왔다. 최근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해 백가쟁명식 방법론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 양성의 문제가 무엇인가. 어떻게 인력 양성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이서규(한국팹리스연합회장·픽셀플러스 대표)=우리나라 팹리스가 전체 130여개 정도다. 중국은 3000개 이상이 있다. 팹리스 산업을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점유율 1~2% 밖에 안된다. 우리나라 팹리스 산업은 정책적으로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다. 반도체는 항상 메모리 반도체였다. 시스템 반도체 이야기도 나왔지만 소부장 중심이었다. 반도체 인력 양성도 소자와 공정 쪽이고 설계는 뒤처진 상황이었다.
팹리스는 고급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석·박사급 인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보면 한해 반도체 설계 분야 석·박사급 인력은 100명 안팎으로 나온다. 교수도 설계 분야는 100명밖에 안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팹리스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겠나. 대기업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상황에 중소 팹리스는 성장에 제약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여러 정책을 이야기했지만 큰 틀을 바꾸지 못하고 단기 대책만 내놨다. 팹리스 업계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팹리스 기업들이 연합회를 만들고 협회를 등록하려는 배경이다.
◇백홍주=반도체는 종합 이공계 산업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인력을 보면 이과와 공과대 모든 학과에서 다 와있다. 특정 전자공학과에서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재도 해야 하고 장치도 해야 한다. 인력을 키울 수 있는대로 키우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우수한 설계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시스템 반도체도 잘 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디자인은 컴퓨팅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소프트웨어(SW) 성격도 강하다.
세계적으로 보면 이 분야에서도 30년간 반도체로만 키워진 인력이 있는 건 우리나라와 대만 뿐이다. 반도체 산업 출신 리더들이 10년 전부터 퇴직하고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을 수용해주는 곳이 없다. 국내 처우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들을 업계나 학계에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해봐야 한다. 지금은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사관학교 같은 분위기다.
파운드리를 먼저 정의한 것이 대만이다.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다보니 물량이 늘고 반도체 공장(팹)을 표준화할 수 있었다.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이다. 우리같은 후발주자는 산업을 다시 이해해야 한다. '메모리는 잘하는 데 다른 것 왜 못하냐'식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양향자=파운드리를 볼 때 두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글로벌 시장이 있느냐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파운드리는 분명 시장이 있다. 이를 주도하려고 하는데 격차가 너무 커졌다. 어떤 기술도 기술 기둥을 세우는데 15년은 필요하다. 메모리 반도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1960년대부터 이공계 증원 확대가 밑거름이 됐다.
시스템반도체는 3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처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도 적지만 교수도 적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퇴직한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을 적극 활용해 대학에서 반도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 인력도 필요하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인력을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박재근=대학 현실도 쉽지 않다. 반도체 인력 양성 10년 넘게 이야기한 것인데 잘 안 된다. 2017년에 반도체 관련 정부 신규 연구개발(R&D) 과제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지금이야 산업부가 주도해서 많이 올라오고 투자하려고 하지만 학계에서는 그 사이에 전공을 바꾼 교수들이 많다. 태양광이나 바이오 분야로 옮겼다. 석·박사를 50명씩 데리고 있으니 이들을 이끌고 가려면 어쩔 수 없다.
작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신규 채용한 반도체 인력 중 반도체 과목을 3개 이상 이수한 사람이 20%밖에 안된다. 결국 회사에서 재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1년에 1만명 가까이 뽑지만 재교육하는데 2년 정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양산라인을 계속 짓는다. 그러니 사람은 계속 필요한데 교육은 안 된 상태다. 결국 소부장 업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작년 소부장 기업에서 이직한 비율이 25~30% 정도나 된다.
한양대 경우 SK하이닉스와 계약학과를 하는데 40명 정원으로 만들었다. 전체로 보면 160명을 가르쳐야 한다. 이상적인 교수와 학생 수를 1대 10으로 봤을 때 16명의 교수가 필요한데, 교수가 어디 있나. 외부에서도 쉽게 데리고 올 수 없다. 대학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서규=대학 교수의 역할은 학문을 연구하고 논문을 내고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뛰어난 학생이 배출되고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생태계가 조성된다. 그런데 교수들이 연구 과제 수행하기에 바쁘다. 대학원생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교수들이 숨을 쉴 수 있게, 원하는 R&D를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 각각 관심 분야가 다를 것이다. AI 반도체 쪽도 있을 것이고 양자 컴퓨팅을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이런 부분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취약한 것 같다.
어떤 교수는 AI를 잘하고 어떤 교수는 통신 칩 전문가인 형태로 특화된 것이 있어야 한다. 만약 지방대학에서 이런 특화된 전문성을 잘 유지한다면 학생들도 몰릴 것이다. 지방대 활성화 측면에서도 교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김수환=시스템 반도체는 보다 넓은 생태계가 필요하다. 시스템 반도체를 보려면 응용 시장을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하시는 분은 칩 자체 가격으로 만 이야기하는데 사실 저렴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자동차와 같은 비싼 세트가 반도체가 없어서 못 만든다고 하면 정말 큰 문제다.
인력도 보다 넓은 관점에서 봐줬으면 한다. 고급 전문 인력이 당장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1대 1 경쟁률도 되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그만큼 학부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반도체 관련 학부를 강화하지 않으면 대학원이 채워지지 않는다. 석·박사 과정을 가야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선 넓은 인재 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영준(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해서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간담회도 자주 하고 여러 분야에서 의견 수렴했던 부분이 있다. 반도체 인력 양성 이슈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해결해야할 게 있고 산업부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계약학과 하나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고졸부터 학부생, 석·박사 인력 모두 필요한 상황이다.
10년째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제도적으로 잘 안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이야기가 많은데 정부 입장에서는 메모리 역시 중요한 산업이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를 정책 과제로 뽑을 예정이다.
인력 문제와 유형·무형 산업 생태계, 시스템 반도체 이야기했다. 과거 우리나라가 잘했던 것은 메모리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태계를 꾸려나갔기 때문이다. 뛰어난 생산 기술력을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 쪽으로 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 생태계 안에 들어와야 할 것이다. 몇개 기업만으로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했던 반도체와는 다른 또 다른 생태계를 구현하지 않으면 쉽게 커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관점으로 정부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사회=인력 양성은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인력 문제를 다룰 기회가 많을 것이다. 이제 제도와 규제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규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창한=산업의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산업을 형성한다는 것은 정책이 주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광범위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산업 입지를 고려하고 인력 양성 등에 그쳐 있는데, 정부 역할이 규제의 형태를 만들거나 선을 긋는 방식으로 나오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이다. 산업 전반을 아우르고 연계할 총합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각 부처의 입장이 있는데 부처에게 이걸 해라 하지마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건 국회 역할이다. 국회가 나서서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산업 규제도 없어지지 않고 산업 발전도 안 된다. 학계나 팹리스 업계에서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시장 없으니 만들어보자고 했으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집중 논의해야한다. 정말 10만 양병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시스템 반도체를 다룰 것인가. 이런 부분을 국회에서 중심을 가지고 다뤄줘야 한다.
◇양향자=단순한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면 중심이 잘 서지 않는다. 과기부총리가 전담을 하든 반도체 부총리를 새로 만들든지 해야한다. 반도체 인력,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전체 산업에서 보면 부처간 벽이 너무 높다. 공무원들도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주길 원한다.
반도체는 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하고 제너럴리스트도 필요하다. 공정 설계 모르면 안되고 SW를 몰라서도 안 된다. 이런 인재는 하루 아침에 키워지지 않는다. 대기업에서는 재교육이라도 하지만 작은 기업에서는 이것조차 쉽지 않다. 우리는 인적 네트워크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다.
◇박재근=대만만 하더라도 연 1만명씩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반도체가 워낙 넓다보니 대학 교육 범위도 넓다. 자연스럽게 반도체 인재 양성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도 1년에 정부 주도로 20만명 반도체 인력이 나온다. 주요 대학에서는 단과대 단위로 반도체를 가르친다. 물리와 화학 등 기초 과학도 합쳐 교육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래도 연간 3만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를 잘해서 팹리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똑똑한 인재가 배출돼 스스로 회사를 창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가르칠 사람 확보도 어렵다. 플라즈마나 역학 강의해달라고 기업에 요청하더라도 대학 시스템상으로 못 들어오게 되어 있다. 자기 소속을 벗어나서 다른 전공을 가르치기도 어렵다. 법안을 바꾸고 교육법을 개정해야 할 문제다.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에서 풀어줘야 할 문제다.
◇백홍주=2019년 일본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 산업이 한번 도약했다. 보통 가스 화학 소재 평가하는데 2년 걸리던 것이 6개월 만에 끝난 경우도 있다. 소재는 일정하게 커지고 품질 인증을 받으면 세계화가 굉장히 쉽다. 가장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산업이다. 소재 쪽에서 글로벌 진출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더 풀어줘야 한다. 정부에서 해외 리턴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이 있는데 필요에 따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해외 진출하면 따라 가줘야한다. 이 때 혜택을 반납해야 하나. 이런 부분을 명확히 풀어줬으면 좋겠다.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는 자유 경쟁체제 속에서도 반도체 관련 국가 지원이 엄청나다. 이 정도로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면 우리 정부도 글로벌 경쟁 시대에 걸맞은 지원이 따라와 줘야 한다.
◇사회=인력 양성 문제 만큼이나 산업계 규제 해소,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마무리로 각자 첨언할 부분이 있다면.
◇이서규=특성화고도 적극 활용해야한다. 병역특례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능직 설계 회사에서 군대 가야하는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특성화고에서도 반도체 설계회사를 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졌으면 한다. 해외 우수 인력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도 필요하다.
◇백홍주=인력 문제가 핵심인데, 경력자를 잘 관리해야한다. 국가가 반도체 산업의 유형적인 부분을 신경 쓸때는 경력자가 더욱 중요하다. 미국 마이크론이 잘하는 부분이다. 반도체 경험을 쌓은 인재는 한국과 대만에 많다. 그러다보니 한국 엔지니어를 많이 노린다.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잘 관리해야할 것이다.
◇김수환=정부에는 여러 펀드가 있다. 그러나 큰 규모의 펀드가 플랫폼 기업에 많이 들어가고 있다. 반도체 기업에도 중견·중소기업이 많다. 스타트업도 있다. 소부장이 자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
◇박재근=결국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행착오를 하면서 가고 있다. LX세미콘도 소수의 공급자로부터 구매하는 캡티브 마켓에서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반도체 시장은 국회나 정부가 열어줘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가 후보라고 본다. 우리는 전력·전자 쪽을 잘한다. 앞으로 자동차 전동화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10배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설계를 다시해야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이창한=윤석열 정부에서 최초 산업 정책이 반도체 산업 정책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로 인해 다른 산업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K-반도체 전략을 넘어서 '글로벌 K-반도체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메타 생산 능력을 키우고 팹리스가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산업 내실을 다지고 공급망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다. 내실 기하고 공급망 정책을 가져가는게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다.
◇주영준=정부에서 1차적으로 정책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완성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담는 과정에서 수용 못한 것도 있을 것인데 계속 업계 그리고 국회와 협의해갈 것이다. 반도체 특별법에 시행전이지만 보완해야할 부분은 정비해 나가겠다. 반도체 생태계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도 중요하다. 미국과 대만 등 모든 국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산업부에서도 업계 생태계 조성과 발전 방향을 지속 고민하고 인력 양성을 위한 협업을 강화하겠다.
◇양향자=반도체가 이끄는 산업혁명은 1977년 가정용 PC가 나오면서 부터 시작됐다. 정보 혁명이다. 15년 후 무어의 법칙이 축적되면서 디지털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다시 15년 후 2007년 모바일 시대가 개막했다. 그리고 15년 뒤가 올해 2022년이다. AI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했다. 모빌리티와 뱅킹, 바이오를 주도하는 것이 반도체다. 반도체가 끌고 오는 산업혁명이고 패러다임 전환이며 새로운 생태계다. 그래서 이 자리가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 강화에는 여야가 없고 정파도 없고 남녀노소도 없다. 국회에서도 정부와 업계와 잘 협의해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하겠다.
정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