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민간외교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한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과 만찬회동을 가졌다고 5일 밝혔다.
이 부회장과 도쿠라 회장은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쿠라 게이단렌 회장은 스미토모화학 회장이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 OLED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하는 업체다. 도쿠라 회장은 게이단렌 차원을 넘어 스미토모화학 회장으로서도 삼성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이 부회장은 5일에는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과 만났다. 이 부회장과 히가시와라 부회장은 오찬을 함께 하며 양사 간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 전자제품 제조사인 히타치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2019년 당시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 대상으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이 부회장과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도쿠라 회장이 만난 것은 민간 차원의 새로운 한일 협력 관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일본 정부가 한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시작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곧바로 일본을 방문해 기업과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일본 방문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일본 정부의 제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광범한 일본 네트워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의 노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민간외교관으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