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최고전환책임자(CTO)가 뜨고 있다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

최고전환책임자(CTO; Chief Transformation Officer)가 영어권 국가 등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스탠다드차티드(Standard Charted)은행, UPS,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등 기업과 매킨지 및 딜로이트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CTO를 임명했다. CTO는 디지털전환, 변화관리, 기업미래예측을 통합 담당한다. 변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탐색하고 조직을 관통해 정착하게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CTO다. 참고로 전환을 책임지는 CTO와 기술을 책임지는 Chief Technology Officer의 CTO는 동음이의어다.

CTO 역할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양하다. 이를 요약해 정리하면 CTO의 역할은 최고디지털책임자(CDO; Chief Digital Officer), 최고변화책임자(CCO; Chief Change Officer), 최고기업미래예측책임자(CFO; Chief Foresight Officer) 역할을 통합 담당한다.

디지털전환 대상은 사용자경험, 운용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도메인과 전략, 조직 구조와 문화, 정치·경제·사회다. 전통적 CDO는 디지털전환 6대 대상 중 일부만을 담당한다. CDO는 21세기 초에 등장했다. 당시 CDO는 고객관계관리, 고객분석 등에 집중했다. 디지털전환 6대 대상 중 사용자경험에 해당한다. 이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범용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이를 통해 운영 프로세스 혁신 및 효율화 등의 역할 등을 CDO가 맡게 되었다. 정리하면 전통적 CDO는 혁신보다 개선에 역할을 집중했다.

CDO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과 도메인 혹은 전략 전환까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신뢰가 주어져야 하며, 조직을 관통해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기업 간 산업 분야의 경계가 흐릿하게 되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일상화하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탐색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과 도메인 및 전략 전환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절박해졌다. CDO의 권한을 넘어서는 CTO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와 문화를 전환해야 한다. 웅변적으로 말하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란 정보 및 지식과 관련된 기술이다. 디지털 기술은 전통적 조직을 지식 조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디지털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 성과 평가 및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 CTO가 최고변화관리책임자(CCMO) 역할을 겸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전환은 정치·경제·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원격근무의 대중화와 일상화는 대도시 집중현상을 완화하고 지방분권을 가속할 것이다. 메타버스 기술과 동시 통·번역기술의 일상화는 새로운 세계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화가 종언했다고 하지만 디지털 기술로 인한 개인 간 세계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디지털전환에 성공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발달과 정치·경제·사회의 미래 변화를 체계적으로 예측해야 한다. CTO가 CFO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이유다.

CTO는 한국사회에서 생소하다.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디지털전환의 중요성이 증대함에 따라 기업은 CTO를 두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는 최선을 다해 달려도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붉은 여왕의 역설'이 지배한다. 이 가혹한 경쟁 세계에서 제자리에라도 머물러 있기 위해서는 CEO 옆자리에 CTO를 두어야 한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NGO와 정부도 다르지 않다.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synsaj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