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냉장식품 보존·유통 기준 강화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온도 기준 강화에 따른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2024년부터 강화된 냉장식품 보존·유통 온도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국내 냉장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이 조정되는 것은 1962년 식품위생법 제정 이래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온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우유류와 두부의 냉장 보존·유통 온도를 현행 0~10도에서 0~5도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편의점 업계는 무리한 기준 강화가 가맹점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용하는 냉장 판매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어려워서 사실상 우유류·두부 제품 판매대를 별도로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냉장 판매대 운영시스템은 1대의 컴프레서(냉매공급장치)에서 생산한 냉매를 배관을 통해 3~4대의 판매대로 공급해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일부 판매대 온도를 0~5도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컴프레서와 판매대 설치를 다시 시공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개별 점포 기기 교체 비용을 최소 10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맹본부에도 부담이다. 편의점은 우유류·두부를 포함해 모든 신선식품 냉장 보존·유통 기준을 0~10도 이하로 표준화해서 유통하고 있다. 특히 주력 제품인 도시락·김밥 등 미반류의 경우 0~5도 기준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제품 노화가 급격히 발생한다. 결국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별도의 물류센터와 배송차량을 구비해야 하는 셈이다. 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온도 기준을 강화할 경우 인프라 투자비용 등이 발생해 소비자 가격 인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면서 “냉장 판매대 온도 관리 관련 행정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롯데마트·CU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부터 '냉장고 문 달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냉장 온도 유지와 에너지 절감 효과를 확인한 후 결과에 따라 캠페인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롯데마트 매장 2곳, CU 매장 5곳이 개방형 냉장고를 문이 달린 냉장고로 전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행정예고 이후 편의점 등 관련 협회에서 여러 의견을 받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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