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같이 갈 수 없다” 발언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원장은 6일 '총리님 말씀에 대한 홍장표 KDI 원장 입장' 자료를 내고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며 사퇴를 시사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축으로 사람 중심 포용경제를 지향했다”며 “그 당시 총리께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쓴소리와 함께 소중한 조언을 해주신 바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민간주도성장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핵심 축으로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표방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다르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성장은 현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미흡해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홍 원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총리께서 소중한 조언을 주셨지만 이번에는 제가 KDI 원장으로서 조언을 드릴 차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며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고 저의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은 연구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홍 원장은 “지난 4월 KDI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에서 진념 전 부총리는 'KDI는 특정 정권의 연구원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여는 연구원이 되어야 한다'고 일깨웠다”며 “국책 연구기관은 정권과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은 없었다”면서 한 총리의 발언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총리의 발언은 연구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라며 “만약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면 국민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견에 귀를 닫는다면 KDI 원장으로 남을 이유가 없다며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홍 원장은 “정권이 바뀌고 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연구 보고서가 달라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며 “총리는 다름을 인정하고 연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길 소망하겠다”고 입장문을 마쳤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달 28일 기자단 만찬에서 홍 원장에 대해 바뀌어야 한다. 우리하고 너무 안 맞다고 발언하며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냈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설계자로 꼽힌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총리님 말씀에 대한 홍장표 KDI 원장 입장 자료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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