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총장들의 수도권 정원 규제 완화 반대 기자회견이 교육부 반발로 무산됐지만 그 여파는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 반발로 기자회견이 취소된 데 대해 이를 비판하는 지적이 나오는데다 기자회견을 취소했던 총장단은 입장 발표는 강행했다. 일부 대학 총장들은 개별 시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8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초 지난 6일 지방대 총장협 연합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박순애 부총리 취임식 다음 날이라는 점 때문에 교육부가 강하게 반발하며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대신 교육부는 8일 비공개로 회장단 중심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비공개 간담회인데다 기자회견 취소에 반대한 총장들도 많아 사전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총장협 연합은 반도체인력 부족에 따라 정부가 수도권 정원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적극 반대하며 이에 따른 지역대학의 입장을 박순애 부총리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 대안을 지시하자 정부는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127개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지역인재 수도권 유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수도권 정원 확대가 아닌 지방대학 시대라는 국정과제에 부합하도록 반도체인력 양성 정책을 수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학부 정원 확대가 아닌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중심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은 학부 학생 정원을 늘리는 대신 대학 내 정원을 조정하거나 기존의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들이 추가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관련 설계전공트랙, 연합전공 등 시스템 반도체 특화 전공을 자체적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수한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관련학과 대학원 정원을 확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취소가 알려진 직후에는 정의당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비대위 이동영 대변인은 “교육부 장관 취임 다음 날, 기자회견이 교육부 열린다니 불쾌했을 수 있겠지만 이견조차 허용하지 않고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 과연 윤석열 대통령식 소통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도체학과 증원 관련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은커녕 '수도권 대학 유사증원'이라는 정해진 결론으로 몰고 가는 '답정너' 방식의 행정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8일 간담회 이후 교육부가 수도권 학부 증원을 강행할 경우 대학 총장들 집단 행동도 예상된다. 기자회견 취소에 반대한 일부 총장들은 지역별이나 개별적인 반대 입장 표명 방안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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