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서 애플 아이폰·아이패드 판매가 금지됐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제기한 5G 통신기술 관련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현지 법원이 침해 판결을 내리면서다. 애플은 손해배상 청구로 맞대응을 준비하는 가운데 중남미를 비롯해 북미,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애플과 에릭슨 간 특허분쟁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애플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콜롬비아 보고타 법원은 애플의 5G 기기가 콜롬비아에 등록된 에릭슨 특허를 침해한다고 선언했다. 에릭슨이 2019년 출원한 것으로 5G 기술 표준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는 핵심 특허다.
판결에 따라 애플은 5G 지원 기능이 탑재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콜롬비아에 수입, 판매, 광고 또는 상업화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보고타 법원은 애플의 콜롬비아 자회사 법인에 예비 금지 명령도 내렸다.
당초 애플은 판결에 항소할 계획이었으나 법원이 내린 '반소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 후속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애플은 미국 텍사스 동부지역 법원을 통해 해당 소송에 대한 손해배상을 에릭슨에 요구하는 우회전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에릭슨은 2015년 체결한 5G 특허 라이선스 계약이 지난해 12월 종료된 이후 로열티 문제로 상호 소송전에 돌입했다. 에릭슨은 애플이 라이선스 계약 갱신을 하지 않고 특허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애플은 에릭슨이 세계적으로 부당하게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대립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5G 통신장비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에릭슨은 5만7000여건에 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함께 올리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에서 특허 로열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한다.
다만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점유율은 3% 정도에 불과해 이번 판결이 전체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전망이다.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비중이 높은 중남미 시장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점유율 30%대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모토로라, 샤오미, ZTE, 오포 등 순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