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 지명 이후 35일 만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갈등을 지속하면서 청문회 절차를 밟지 않고 취임한 첫 위원장 기록을 세웠다.
김 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치솟는 물가에 따라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외환위기 이후 23년여 만에 6.0%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로 대변되는 체감 물가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한 향후 1년 간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6월 기준 3.9%로 5월(3.3%)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시중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취약 계층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에 육박하고 신용대출 금리는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최대 6~7%에 이른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최근의 금리 상승, 자산 가격 하락 및 고물가 추세는 민생경제, 특히 서민·소상공인·청년층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취약계층이 어려운 고비를 잘 극복해 갈 수 있도록 필요한 금융지원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조정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새 출발기금 등 취약층 지원 추가경정예산 사업을 속도감 있게 시행하고, 취약계층 금융애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세심하게 듣겠다고 했다.
금융산업 규제 개혁 과제도 안고 있다. 특히 후보 지명 때부터 언급한 '금산분리 완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보다는 기존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 확대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특히 불필요하거나 차별받는 부분은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전통적 틀에 얽매여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규제와 발전도 김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영역을 제도권으로 들여놓는 데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진용을 갖추게 되면서 금융위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어떤 화학적 결합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릴 정도로 현 정부 실세 인사 중 한 명이다. 위원장 부재 시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조직을 장악했다는 평가다.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도 검사 시절 '윤 사단 막내'로 불리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