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삼림 공급망 실사를 강화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 탄소흡수원인 산림관리에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삼림 공급망실사 규정' 적용 범위 확대 등 법안 주요 쟁점에 합의, 12일(현지시간) 표결로 확정할 예정이다. 유럽의회는 오는 9월 본회의를 열고 공식 표결에 나선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산림과 생태계 보전·관리·복원·지속이 가능한 농축임업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흡수량을 높일 수 있고 2050년까지 연간 최대 14GtCO2eq까지 감축·흡수가 가능한 것으로 판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작년 11월 커피, 코코아, 팜오일, 대두, 목재, 쇠고기 등 6개 품목의 수입자 등에 대해 삼림벌채와 농지전용을 초래할 위험에 대한 공급망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소위 '삼림 공급망실사 규정'을 제안했다.
최근 유럽의회 환경위는 돼지, 양, 염소, 가금류, 옥수수, 고무, 목탄, 인쇄된 종이제품 등으로 산림 공급망실사 의무화 대상 품목 범위를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집행위 법안에 규정된 구체적인 생산지 추적 의무를 수용키로 합의했다. EU 집행위 원안의 국가별 위험도에 따른 공급망실사 의무 간소화 규정에 찬성했고 각 업체에 위험성 평가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유럽의회 환경위는 수입업체 등의 공급망 실사 의무 이행 관리를 위한 회원국 당국의 최소 검사 의무 비율을 집행위 원안의 15%에서 20%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EU 이사회가 반대하고 있어 최종 협상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 등 토지는 자연적으로 대표적인 흡수원이지만 잘못된 관리로 인해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전문가들은 산림 공급망 실사 의무가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탄소흡수원인 산림관리 제도를 정비하고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EU 수준의 '탄소가격제를 국내 도입해 잘한 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민간 기업들이 탄소흡수원 관리에도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네덜란드를 비롯한 해외 주요 투자기관을 중심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평가과정에서 산림과 같은 탄소흡수원 확대, 생물다양성 보존 등을 기업 대응 활동으로 요구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EU 역내 기업과 거래하는 산림 공급망 실사 대상 기업은 물론 대외 신용도가 중요한 모든 한국기업이 자발적인 산림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