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인사 금융결제원장...내부 동요

역대 원장 14명 13명 한은 출신
박종석 전 부총재보 후보 유력
오픈뱅킹 등 현안 과제 산적
디지털 금융 선도 역할 의구심

회전문 인사 금융결제원장...내부 동요

오픈뱅킹 등 디지털금융 혁신 중추 역할을 하는 금융결제원장에 한국은행 출신이 거론되면서 또다시 한은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임기가 끝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을 이을 차기 원장에 박종석 한은 전 부총재보가 사실상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결원은 금융권 자금 결제망을 관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금융위원회의 감사를 받는 금융 유관기관이다. 주요 시중은행, 한은 등 10개 사원은행으로 구성된 사원총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지난달 제15대 금결원장 공개 모집에 박 전 부총재보 등 3명이 지원했다. 이후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가 서류심사와 면접 등 검토를 거쳐 박 전 부총재보와 금결원 내부 임원 1명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윤위)에 복수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석 한국은행 전 부총재보
박종석 한국은행 전 부총재보

박 전 부총재보는 최근까지 한은에서 근무하다 원장 최종 선임을 앞두고 사표를 제출,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부총재보의 임기는 오는 24일까지였는데 임기를 1개월도 남겨 두지 않고 퇴임한 것이다. 오는 29일 공윤위 취업 심사 결과가 나오면 금결원은 이르면 다음 달 5일께 사원총회를 개최해서 신임 원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총재보가 유력한 차기 원장으로 떠오르면서 구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6년 설립 후 역대 원장 14명 가운데 13명이 한은 출신 인사이다. 금결원장 자리를 한은 출신이 독식하다 2019년 금융 관료 출신의 김학수 현 원장이 취임하면서 구태 고리가 끊겼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박 전 부총재보가 취임하게 되면 다시 '도로' 한은 출신 원장 체제가 되는 셈이다.

신임 원장 앞에는 신규 사업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기존 지급결제서비스를 비롯해 오픈뱅킹과 금융데이터융합센터 사업 고도화, 민간 기업까지 뛰어들어 경쟁 체제에 들어간 금융인증서 사업, P2P중앙기록관리기관 역할 등 할 일이 태산이다. 박 전 부총재보는 1992년 한은에 들어왔다. 한은 총재 정책보좌관, 통화정책국장 등을 역임했지만 한은 재직 동안 금결원 업무와 관련한 일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결원 내부는 동요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이 한은 출신 원장이 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금결원 관계자는 “역대 한은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 은퇴 전 마지막 자리라는 인식으로 금결원장직을 맡으면서 지급결제망 운영 등 하던 업무만 신경 쓰고 안착하려는 소극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면서 “디지털금융을 선도할 신사업 동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결원지부 관계자는 “현재 금결원은 민간 모바일인증서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신규 사업 창출에 금결원 미래가 달려 있는데 한은 출신 원장 아래에서 금결원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직원들이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또 “사원총회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은이 보수, 직제개편 등에 간섭하면서 자율경영을 막고 있다는 점도 한은 출신 원장 선임을 반대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박 전 부총재보 최종 선임으로 결론 나면 곧바로 취임 반대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20일부터 피케팅을 시작으로 반대 강도를 높여나가고 다음 달 신임 원장 출근 저지까지 고려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결렬돼 지난 7~8일 조합원 투표에서 98%의 찬성률로 쟁의 행위 동의를 얻었다.

[표] 역대 금융결제원장 현황(자료: 금융결제원)

회전문 인사 금융결제원장...내부 동요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