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원자력연구원 기관장 연임 여부가 곧 결정된다. 임기 만료 후 3개월 넘게 논의가 없었다. 새 정부 들어 첫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관장 인사 사항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부결 시 '출연연 물갈이'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과기 출연연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오는 15일을 이사회 개최일로 확정했다. 주된 안건이 'ETRI·원자력연 기관장 재선임' 내용이다.
이사회 인원은 17명으로, 12명이 찬성하면 기관장 연임이 결정된다. 곧 새 3년 임기가 시작된다.
부결 시에는 새 리더십 도래가 지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견을 물어, 공모나 추천 방식으로 새 원장 선임을 준비하게 된다. 통상 3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 현 기관장 본래 임기가 만료된 지 반년 이상이 지나게 된다.
물론 ETRI·원자력연 기관장 연임이 '따 놓은 당상'인 것은 아니다. 현행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출연연법)과 시행령은 기관평가에서 우수 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장에만 연임할 수 있게 규정한다. 길을 열어줬을 뿐, 꼭 연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출연연 기관장은 '임기 3년이 짧다'는 지적이 지속됐고, 오래 재임하며 중장기 연구개발(R&D)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연임 가능 기준을 기관평가 최우수 등급에서 우수로 낮추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다. 김명준 ETRI 원장,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도 우수 등급을 받아 연임 후보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이사회 결정에 과학기술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임 여부 결정이 지연된 것도 이유지만, 출연연 기관장 인사 관련 현 정부 첫 결정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과기계는 새로운 정부 출범 후 매번 '기관장 물갈이' 사태를 맞았다. 기관장에 대한 정부 압박이 심했다는 게 보편적인 연구 현장 견해다. 지난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 정부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 이번 이사회 결정이 전 정권이 임명한 현재 출연연 기관장에 대한 시각을 읽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관련 법 시행령 개정취지, 기관평가 우수 결과에도 불구하고 연임이 부결되면, 결정에 담긴 정부 뜻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과기 인사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옳지 않은 일”이라며 “이번에 연임이 꼭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여 부결된다면 정권 초라는 시기적 특수성 및 지난 정권 사례와 결부돼 정부의 저의를 의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기존 출연연 기관장들의 활동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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