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레거시 기업의 화려한 변신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지난해 매출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이 순위는 기업의 강점, 규모, 국제 경쟁력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기업의 흥망성쇠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플랫폼유통칼럼]레거시 기업의 화려한 변신

올해는 월마트가 5조1000억달러의 매출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아마존, 3위는 애플이 기록했다. 월마트는 무려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500대 기업의 평균 매출은 64억달러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이익은 1조8400억달러(114% 증가), 기업가치는 37조달러(13% 증가)로 팬데믹 상황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린 기업들은 수십 계단씩 순위가 뛰어오르기도 했으며, 여성 CEO가 이끌고 있는 기업도 사상 최고로 44개나 됐다.

2017년 대비 글로벌 500대 기업 수는 중국이 109개에서 135개로 26개 늘었다. 일본은 51개에서 53개로 증가했고, 한국은 15개로 변동이 없었다. 반면 미국은 132개에서 122개로 줄었다.

10년 전인 2012년 500대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정유, 은행, 자동차, 통신, 식품업들은 대부분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 자리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전략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등 플랫폼 기업이 대거 포진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업 가운데서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응해서 혁신에 성공한 월마트, 나이키 등 몇몇 전통적 강자들이 눈에 띈다. 아마존의 공세로 메이시스, 시어스, JC페니, 로드앤드테일러, 니만마커스 등 전통의 유통 대기업들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유통 공룡기업 월마트는 발 빠르게 강력한 DX 전략으로 전체 매출에서 e커머스 비중을 20% 정도로 끌어올리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월마트의 성공은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신속하게 추진한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서 기인한다. 단순히 기술만 도입한 것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 맞게 내부 인프라와 조직 문화까지 근본부터 모두 뜯어고쳤다.

e커머스 기업인 제트닷컴과 플립카트(Flipkart)를 인수한 월마트는 단기간에 전문인력, 핵심기술, 스타트업 문화, 온라인에 익숙한 새로운 고객 등을 확보하며 DX 기업으로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칸소주 벤턴빌 본사에 세계 최대 프라이빗 클라우드 센터인 '데이터 카페'를 구축해서 매장 데이터를 비롯해 기상 데이터, 경제 지표, 통신 데이터, 소셜미디어 데이터, 휘발유 가격, 월마트 매장 주변 사건 등 200여 종류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신속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돕는 BI(Business Intelligence) 솔루션을 개발, 2~3주 걸리던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를 단 20~30분 만에 해결했다. AI 예측 알고리즘 역량을 강화해 기존 1주일 단위 예측에서 12시간 단위로 예측 정확도를 향상했다. 경영진은 통합 위성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든 전 세계 모든 매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고객이 전신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한 후 신체 사이즈를 입력하면 다양한 옷들을 매칭시켜 볼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가상 피팅 서비스기업 지키트(Zeekit)를 인수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의사결정 및 제품 생산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해서 고객 요구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D2C(Direct to Consumer)전략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 기업 조디악(Zodiac), AI 기반 맞춤형 신발 제작 기업 인버텍스(Invertex), AI 기반 수요예측 및 재고관리 분석 기업 셀렉트(Celect), 데이터통합 플랫폼 스타트업 데이터로그(Datalouge) 등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플랫폼기업 로블록스의 기술을 활용한 가상 세계 '나이키랜드'를 출범시켰으며, 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전체 NFT 거래액 1위를 기록한 럭셔리 NFT의 강자인 가상 운동화 브랜드 아티팩트(RTFKT)를 인수했다.

고객데이터를 활용한 DX 추진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나이키의 실적은 크게 상승했다. 2020년 D2C 매출 비중은 35%로 증가했으며, 2023년까지 총매출의 30%까지 D2C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3년이나 앞당겼다.

나이키 전략의 핵심은 고객 라이프 로그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한 초개인화한 맞춤형 서비스 및 생활과 밀착된 고객경험 제공이다. 신발, 스포츠웨어, 웨어러블 등 고객 접점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AI로 통합·분석한 후 그 결과를 서비스 및 제품에 녹여 다시 고객이 직접 그 가치를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 고객들을 '록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가 2017년 세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DX를 추진한 기업 가운데 기대치를 달성하거나 초과했다는 기업은 5%에 불과했다. 2019년 매킨지도 기존 전통산업에서의 DX 추진 성공률은 4~11%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는 혁신의 대부분이 기존 기술, 프로세스, 조직문화, 사고방식의 도전에 직면해 대부분 좌초하기 때문에 레거시 기업이 새롭게 변신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 준다.

그럼에도 월마트와 나이키는 AI 스타트업 인수, 기술 도입, 인재 확보, 인프라, 조직 문화까지 바꾸며 완전한 체질 개선을 이루었다. 그 결과는 새로운 고객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레거시 기업들도 월마트나 나이키같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한 투자와 조직 문화 개선, 고객 중심의 혁신을 계속한다면 2032년 포천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유통칼럼]레거시 기업의 화려한 변신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