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증권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미국과 금리 역전을 피하기 위한 빅스텝을 시장이 확신한 만큼 이미 전 거래일 낙폭에 영향이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0.85포인트(0.47%) 오른 2328.6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금리인상을 불확실성 해소로 보고 시장이 반응했다. 코스피는 금통위 발표를 앞둔 오전 9시 35분께 2312P까지 하락하며 2300선 붕괴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빅스텝 발표를 기해 2340선까지 반등하며 전날 대비 최대 0.7% 상승했다. 기관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은 3567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과 외인은 각각 2567억원, 1010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보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11일부터 이틀 연속 하락했다. 11일 전 거래일 대비 10P 빠진 2340P에 거래를 마쳤고, 12일에는 22P 이상 하락하며 1% 가까이 주가가 빠졌다.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점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2일 한때 1316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던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2원 하락한 1306.5원에 거래됐다.
한은은 경기 둔화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위험이 더 크다고 보고 빅스텝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복합위기'로 불릴 정도로 해법이 복잡하다는 데 있다.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가 더 위축될 공산이 커진다. 이미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2.6)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96.4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작년 2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은 82, 비제조업 BSI는 80으로 각각 전월 대비 3P 및 5P 떨어졌다.
세계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경고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개월 만에 2.9%에서 2.3%로 조정하고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할 것을 예고했다. 유가 또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00달러를 하회하며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 지출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확장적으로 편성된 재정 지출을 줄이고 건전재정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할 계획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국가재정전략회의 브리핑에서 “긴축을 하면 경기 대응적인 측면에서 어렵지 않으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현재는 물가안정이나 경제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내년 경기 대응에 정부가 얼마나 기여할 것이냐가 이슈가 될 수 있다”면서 “새 정부의 기조는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전 거래일 낙폭에 선반영 영향
소비자심리지수 16개월 만에 최저
IMF, 美 성장률 2.3%로 하향 전망
긴축재정 지속…해법 마련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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