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고 전진하는 태세가 중요합니다. 세계 많은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 체질은 위기에 매우 강한 형태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전쟁과 인플레이션, 고환율 등 경영계에 닥친 위기는 그동안 준비를 잘해온 한국 기업이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 등 이유로 계획했던 사업이 지연될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광복절에는 경제위기 상황임을 감안해 경제인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희망했다.
최 회장은 13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과 전쟁 등에서 기인한 '쇼크'로 경기는 당분간 침체국면으로 흐를 것 같고, 내년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예측을 잘해서 미리 대비하는 것이 기업의 본 모습이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고 전진해 나가는 태세가 중요하다”라며 “그동안 숱한 사건이 많아서 쇼크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기가 항상 올 것으로 예측하며 위기가 닥치면 그에 맞서 대응해 왔기 때문에 세계 많은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 체질은 위기에 매우 강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 회장은 “원재료 등 값이 너무 올라가 원래 준비했던 투자 그대로 밀어붙이기엔 당장 무리일 수 있어 전략·전술적 투자 지연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표면적으로는 시점이 밀려 지연되는 것일 뿐 투자계획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측면에서도 세웠던 투자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복권 문제와 관련해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경제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최 회장은 한국 기업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데 대해 “중국은 아직도 좋든 싫든 상당히 큰 시장인 만큼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며 가능한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협력하고, 발전과 진전을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망 이후 한일 경제협력 전망에 대해선 “관계 정상화는 계속해야 할 일이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과 정상화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요성도 짚었다. 그는 “지구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이를 살릴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고 얼마나 삶을 희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인류가 답해야 하는 문제”라며 “그래서 ESG는 무조건 장기적으로 가야만 하는 코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정부에 규제개혁 도전 과제가 많다는 기업 목소리를 전달했다”며 “개별 규제 하나하나를 해소하기 어려우니, 몰아서 해소할 수 있는 통합 정책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규제 하나의 샌드박스가 아니라 여러 개 규제를 풀 수 있는 샌드박스도 고안 중이라고 최 회장은 덧붙였다.
제주=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