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를 조명 광원으로 본격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에 불과하지만 LED는 조명 기술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LED 조명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시장 확대 및 보급으로 백열등·형광등·방전등은 이미 자취를 감췄거나 점점 그 자리를 LED에 내주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힘입어 LED 조명기기와 센서, 유·무선 통신, 운용 소프트웨어(SW) 등이 결합해 조명의 밝기·색온도·색상 등을 주변 환경이나 사용자 요구에 따라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조명이 등장하면서 이제 LED를 제외하고 조명을 논하기 어려운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백열등·형광등과 같은 전통 조명에서 LED 조명으로, LED 조명에서 스마트조명으로 급격한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조명산업에서 스마트조명 다음으로 시장을 선도할 기술로 '인간중심 조명'(HCL; Human-Centric Lighting)이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초 인간 망막에서 제3의 광수용기인 광민감신경절세포가 발견되면서 빛과 조명의 비시감적 효과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유럽 국제조명협의회(GLA)가 '글로벌 조명산업 육성 로드맵'에서 인간의 건강, 행복 등을 추구할 수 있는 HCL을 중요한 전략의 하나로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스마트조명에 대한 관심과 기술개발이 증가해 ICT를 적용해서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용자 편의성 및 에너지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조명의 비시감적·생물학적 효과 및 감성적 효과에 대한 고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는 필립스(현 시그니파이)·오스람 등과 같은 글로벌 조명기업이나 렌셀러 폴리테크 인스티튜트(RPI)의 '조명 지원 시스템 및 응용 프로그램 센터', 독일의 '프라운호퍼'와 같은 연구소 중심으로 인간 시각과 생체리듬 영향 등 생물학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기초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해외에서는 HCL을 표방하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전통 조명기업으로 불려 온 기업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색 품질과 빛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중심으로 사업화를 추진해 온 다양한 기업이 HCL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반도체의 태양과 가장 가까운 스펙트럼을 구현하는 '썬라이크 LED', 삼성전자의 청록색 파장대 조절을 통해 멜라토닌 분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 'LED 패키지(LM302N DAY/NITE)' 등 HCL용 LED 패키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지만 생리학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에 조명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그에 따른 기술개발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다.
HCL은 실내조명이나 옥외조명 등 일반 조명 분야뿐만 아니라 병원조명, 자동차 조명 등 특수조명 및 비시감적 효과를 이용해 치매·수면장애·정서장애 등을 치료하는 조명제품도 개발되고 있으며 상당히 긍정적 성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HCL은 고령사회, 건강, 삶의 질, 웰빙 등 사회적 트렌드와 맞물려 조명이 인간과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써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결 사회에서 다양한 첨단기술을 융합하는 장으로서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렇든 다양한 분야와 시장 확장성을 가진 HCL은 2018년 약 12억5000만달러 규모에서 2025년 60억달러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 약 25% 이상의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CL 시장 보급·확대를 위한 표준 및 인증제도 역시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독일인증기관 VDE는 HCL에 대한 시험인증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시험과 'CIE S 026'의 비시감적 항목들을 평가해서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조명산업은 LED 조명으로 전환되는 대전환기를 맞으면서 많은 변화에 직면했다. 그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HCL은 국내 조명산업에 주어진 또 하나의 기회다. 이러한 변화에 순응해서 국내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 및 제도적 지원과 대학, 연구기관의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기술개발의 의지와 사업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경호 한국광기술원 스마트조명연구센터장 leorex35@kop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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