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조기사(제빵기사) 직원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회사를 상대로 휴식권 보장,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 간 대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과 시민단체가 나서 불매운동까지 선언하면서 노노(勞勞)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가 소속된 회사인 '피비파트너즈'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불매운동 규탄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불매운동으로 5000여명 제빵기사와 3400명 가맹점주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제조기사의 일터를 불매운동으로 망치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의 행태를 규탄한다”면서 “빵을 사 먹지 말라는 자기부정 행위를 해가며 불매운동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일터를 망치고 고용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피비파트너즈 제조기사 노동자들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서는 이달 초 서울지역 217개 시민단체가 민노총 화섬노조 소속 파리바게뜨지회 노조원을 지원한다며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앞서 민노총 노조인 파리바게뜨지회는 작년 말 회사를 상대로 휴식권과 임금 관련 내용이 포함된 사회적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농성과 집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지난 5월부터 시민단체와 연대해 자사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노노갈등이 심화된 것은 노조원 감소 영향도 있다. 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2017년 설립 초기 노조원이 7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후 제조기사 1000여명이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을 별도로 설립하면서 사세가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는 200여명의 조합원만 남은 상황이다. 현재 피비파트너즈는 전체 직원 5000여명 중 4000여명 이상이 한국노총 소속으로 추산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근무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노노갈등 배경 중 하나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3250명이 참여한 근무여건 만족도 조사결과 72.2점으로 국내 주요기업(60점대)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파리크라상이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하고 이후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하는 등 연봉과 복리후생을 높인데 따른 것이다. 휴무일도 피비파트너즈 설립 이전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도 필요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생존을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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