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ESG 경영 내재화 방법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2004년 유엔과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모여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를 고려해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ESG 경영'은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과 비영리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됐다. 당시 유엔은 지구와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ESG를 이야기했고, 투자자는 그들이 투자하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를 강조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ESG는 투자자와 피투자기업의 용어로 자리 잡았다.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 또는 비재무적 성과라고 부른다. 재무적인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가 비재무적 요소, 즉 ESG 영역인데 이 범위는 매우 넓다. ESG를 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조직이 많은 이유도 ESG가 담아야 하는 영역이 크고 깊기 때문이다. '환경과 사회를 돌보고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자'라는 말은 쉽지만 실행은 만만치 않다. 그러면 ESG 경영이 조직에 뿌리를 내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 ESG 경영의 핵심은 거버넌스, 즉 '지배구조'다. 물론 기후위기, 에너지 절약과 같은 환경적 이슈와 산업안전·인권경영과 같은 사회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관리 체계이자 의사결정 방식인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이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국제표준인 ISO26000은 '설명책임' 원칙을 강조하는데 설명책임은 최고경영자(CEO)가 조직의 ESG 요소를 포함한 사회적 책임 이슈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발표한 'ESG 모범규준'에도 환경과 사회에 이로움을 더하는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단기적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ESG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러한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진의 몫이다.

둘째 전문성을 갖춘 실무진이 있어야 한다. ESG 경영은 최고경영진의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경적 사회적 이슈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전문성이 없다면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 ESG 경영이 어려운 이유의 하나가 ESG를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실무자들은 ESG 항목을 정하고 달성을 위한 방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종류와 특성을 이해하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아야 하고, 건전한 노동관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조직의 현 상태를 바르게 파악하고 개선안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지배구조 또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ESG 경영을 잘하려면 각 조직에 분야별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들이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고 협업해서 조직의 장기적 목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의 지원 프로그램과 민간의 실행, 비영리의 감시기능이 적절히 작동돼야 한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ESG 인프라 확충 방안에도 민간과 공공의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리고 이들에게 투명한 공시와 실행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이에 공공과 민간조직은 구체적인 ESG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ESG 워싱'이다. 지난 2월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글로벌 25개사의 환경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 모두는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3개 기업만이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실행계획을 수립했을 뿐 다른 기업은 그들이 제시한 방법으로는 목표 대비 40% 정도만 감축할 수 있다며 기업의 기후환경 활동에 진정성이 없고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ESG 경영을 잘하고 있는지, ESG 워싱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이 한때의 유행인지 계속될 경영방침인지 궁금해 하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ESG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ESG가 처음 대두될 당시의 문제의식과 해결하고자 한 첫 마음을 잃지 않고 이상과 같은 방법을 통해 ESG 관점의 운영방식이 우리사회에 내재화한다면 ESG의 본질인 '지속 가능성'은 계속될 것이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lab.susta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