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발급한 B카드의 전월 실적 40만원을 채우고도 다음 달 카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씨 신용카드가 기본 할인이나 청구할인 대상은 실적 산정 기준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혜택이 좋아 상대적으로 높은 연회비까지 냈던 A씨 입장에선 한 달간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최근 카드사들이 신규 상품을 출시 또는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 제공하는 혜택에 대해 실적 합산에서 제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돈을 써야 혜택을 받게됐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이 줄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 'KB탄탄대로 이지홈' 카드가 혜택을 실적 합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카드는 통신요금, 아파트관리비 등 주요 생활요금 자동납부 시 월 최대 5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전월 실적 40만원을 채우면 △주유소(SK주유소·GS칼텍스) 리터당 80원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및 학원업종 5% 등을 최대 5000원 한도로 할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카드 역시 실적 합산에서 'KB국민 탄탄대로 이지홈카드'로 '할인서비스' 받은 이용건(해당 매출 전체)을 제외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신한카드 딥 오일'의 경우 주유 특화 카드지만 정작 주유나 LPG 충전을 한 금액은 실적 합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카드의 경우 국내 카드사 처음으로 고객이 직접 정유사를 선택하면 주유나 충전 금액에 대해 10%를 할인해준다. 리터당 100원 안팎을 할인하는 상품과 비교하면 상당한 혜택이다.
정작 이 카드는 '모든 주유소 주유 및 LPG 이용금액'을 실적 합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월 실적이 30만원에서 최대 70만원에 달해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소비자는 주유나 충전 외에 상당한 금액 지출이 불가피하다.
현대카드는 SSG.COM 에디션2 카드를 선보이면서 혜택과 함께 실적 합산 기준을 함께 개편했다. SSG.COM 에디션2 카드는 지난 12일 단종된 SSG닷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SSG.COM' 카드 후속 모델이다.
이 카드는 SSG닷컴과 G마켓·옥션 통합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스마일클럽' 회원 특화 혜택을 제공한다. 전국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와 SSG페이 가맹점 등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SSG머니를 최대 12%까지 적립 가능하다.
최근 현대카드는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카드 할인서비스나 무이자할부의 경우 적립과 더불어 실적 합산에도 반영되지 않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종전 상품의 경우 리뉴얼 상품과 마찬가지로 적립은 불가하지만 실적 합산은 가능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박리다매식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실적 합산 기준을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순 결제액을 기반으로 실적을 합산해 고객에게 제공했던 반면 최근 카드업계 전반에 실적 합산 기준을 깐깐하게 개편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이 많겠지만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줄어들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