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내세운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디지털전환'(탈바꿈)의 정부 '판'(edition)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의 바람에 따라 공공부문에서도 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부문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정부 서비스를 질적으로 높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모든 국민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디지털 정부 서비스에 올라타 개인 맞춤형 정보서비스를 받는다.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공공부문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디지털 탈바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장대한 청사진과 실천적 아이디어를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충분히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디지털 탈바꿈이 일고 있지만 국민이 희망하는 디지털 탈바꿈이 과연 일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 관련 질문을 던진다.
노동착취, 실업, 양극화라는 부작용이 커진 뒤에야 대응책 모색에 나선 1~3차 산업혁명기에 겪은 전철은 밟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기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대책을 선제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플랫폼 알고리즘은 다양한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은지, 자동화된 무인 키오스크는 어르신의 일상생활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지는 않은지, 맞춤형 추천 서비스는 우리 사회의 확증 편향을 심화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인류의 생존방식을 바꾸고 거대한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는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입장에서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디지털전환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우리나라 디지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는 것도 또 하나의 출연연 책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다음 단계로서 공공 분야는 물론 개인, 사회, 산업 등 우리나라 전체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이 전략은 국민이 희망하는 우리나라의 온전한 디지털 탈바꿈을 실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개인·사회·산업·공공 분야 문제를 혁신적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해결해 가는 것이 지금까지 디지털 탈바꿈이라면 앞으로 우리나라 디지털 전략은 디지털 탈바꿈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 해결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우리나라 선호 미래를 달성하기 위한 온전한 디지털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탈바꿈은 자유로운 혁신이 이뤄지고, 차별 없이 공정한 기회가 창출되며, 모든 국민의 인권이 보호되고 안심할 수 있는 우리나라를 만들 것이다.
또 필자는 이러한 미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개인·사회·산업·공공 등 4개 분야 12대 정책과제를 제안한다.
4개 분야 가운데 첫 번째로 개인 분야는 개인 행복을 목표로 첫째 저출산 고령화 인구구조에 대응하는 스마트 돌봄 및 복지, 둘째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디지털 역량 강화, 셋째 보편적 서비스를 넘어 개인 데이터 주권을 포함한 디지털 기본권 확보를 위한 정책을 담고 있다. 특히 전통적 기본권 강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로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과 확산을 통해 직접 민주정치로의 전환을 실험하는 것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사회 분야는 공동체 성숙을 목표로 첫째 확증편향 해소를 통한 소통 및 사회갈등 해소, 둘째 가짜 뉴스 사실확인(fact check) 및 정보공개 등을 통한 신뢰 기반 마련과 투명성 확보, 셋째 디지털 기술을 통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의 물리적 안전 및 사이버 보안 확보를 통한 디지털 안전 사회 실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가능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디지털 쌍둥이 기술 등 관련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적용사례(use case) 개발, 해결책 구현을 위한 민·관 협력 역할 분담 시나리오 및 대형 실증사업 구축 등의 방향으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로 산업 분야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첫째 기존 산업의 디지털전환과 신산업 창출을 위한 디지털 혁신 성장, 둘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불공정행위 탐지를 넘어 플랫폼 독점 방지 등 공정경쟁과 플랫폼에서 데이터 이동권 및 회수권 확보를 통한 소비자 보호, 셋째 산업재해 방지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 보호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제안하고 있다. 수출 중심 제조업은 저탄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국제적 요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조업을 위한 스마트 공장 기술과 활용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분야 혁신을 목표로 첫째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파편화된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 둘째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있는 글로벌 기술 패권 대응, 셋째 전 지구 문제로 대두되는 탄소중립 실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혁신 방향도 제시한다. 복잡해지는 사회문제에 대한 정부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은 낮은 편이다. 국정 운영 시 정부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과학 행정 시스템의 운영방식과 규칙을 정립하고, 적용 사례 발굴과 전파가 필요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우리나라의 디지털전환을 위해서는 분야별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프랑스의 '디지털 공화국법'이 좋은 선례가 된다. 디지털 공화국법은 입법 과정 초기 단계부터 깃허브(GitHub)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유와 참여 정신으로 시민 의견을 물었으며, 1만8000여명의 국민이 참여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입법화됐다. 프랑스혁명의 자유·평등·동료애 정신을 담아 디지털 사회 전환의 핵심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서사와 상징성을 부여하고, 디지털전환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공개 플랫폼을 통해 해소했다.
이를 통해 공공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 모든 국민의 인터넷 접근권 보장, 정부 투자 프로젝트의 지식재산권 1년 이후 공개, 사후 디지털 세상에서 사라질 권리인 디지털 장례권 등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조항들이 명문화됐다. 필자가 제시한 의제를 실마리로 삼아 국민이 희망하는, 우리나라의 온전한 디지털 탈바꿈을 위해 전 국민이 활발히 토론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시작하길 제안한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joonkim@etri.re.kr
<필자소개>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자타 공인 우리나라 최고 소프트웨어(SW) 전문가로 꼽힌다. 프랑스 유학 시절 대한민국 최초로 컴퓨터 개발에 노력, 타이컴(TiCom) 탄생에 일조했다. 우리나라 첫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인 바다 시스템, 리눅스 표준플랫폼 부요(Booyo), 글로리(Glory) 사업을 통해 우리 SW 산업을 한층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미국 리눅스재단 이사에 선출됐다. 이후 개발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소기업 창업, SW정책연구소장직을 거쳐 ETRI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TRI를 국가지능화종합연구기관으로 천명하고 인공지능(AI) 실행전략, AI 아카데미, 중장기 기술발전 지도 2035, 전주기 통합사업관리체계 등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