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 투자를 하다 생긴 빚 탕감에 대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표된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해 일각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 금융시스템을 보면, 정상적 채무상환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현재도 이미 채권 금융기관 스스로,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법원의 회생절차 등을 통해 상환유예나 원리금 상환금액 조정 등 채무조정을 지원해 어려운 분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14일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발표한 직후부터 빚내서 주식을 하는 등 투자에 뛰어든 청년층의 손실을 정부가 구제해준다며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다. 성실 상환자인 국민 대다수가 일부 투자자들이 진 빚을 대신 떠안는 게 아니냐는 게 핵심이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정부가 자처해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회견에서 “채무조정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청년층 신복위 신속채무조정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고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김 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투자 손실 원금 탕감은 아니다”라고 재차 말했다.
또 그는 “이번 '125조원+α' 대책은 빚을 성실하게 갚는 일반 국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대책을 종합적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빚을 갚지 못할 지경이 된 일부만이 아니라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고 있는 대출자를 위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권에 90~95% 이상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금융권은 별다른 정부 조치 없이도 통상 기존 대출의 90% 이상을 일상적으로 만기연장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을 겪은 점을 고려해 금융사들이 대출 취급 당사자로서 1차적 책임을 지고 무분별한 대출회수를 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 소통 문제와 관련해선 “금융업계와 대화가 부족했다면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