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수 과기인공제회 이사장, "일복 타고나...수익과 과기 활성화 다 챙길 것“

김성수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은 공제회 회원에게 가능한 최대한 수익은 전달하면서, 과학기술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수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은 공제회 회원에게 가능한 최대한 수익은 전달하면서, 과학기술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일 복은 타고났어요. 이제 익숙합니다. 어차피 하는 일 열심히 해 회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고자 합니다. 저 역시 과기인이잖아요. 그 혜택, 저도 받습니다.”

연초 취임한 김성수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은 '또 바빠지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과기인공제회로 오기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역임했는데, 임명 직후 한일 무역 분쟁 사태가 터졌다.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관련 물품 국내 기술력을 배양하는 것이 당면과제였고 꽤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았다. 연구 현장을 혁신하는 '국가 연구개발(R&D) 혁신법' 통과도 그가 맡아 이뤘다.

이후 안착한 곳이 과기인공제회다. 편히 지낼 생각은 아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연초부터 경제지표가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바쁘게 됐다. 기왕 이리된 것, 한 몸 불사르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취임 후 반년. 다양한 기관 발전 복안을 마련 중인 김 이사장을 만나 과기인공제회에서의 앞으로 계획, 목표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연구자 출신으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을 거쳐, 정부 차관(과기혁신본부장)까지 지냈다. 과기인공제회 행에 여러 측면에서 의아함을 품은 이들이 많았는데.

▲전부터 생각했던 행보다. 그동안 운이 좋아 연구 현장에서 기관장을 지냈고 혁신본부에서 정부 정책 전부를 보는 기회도 있었다. 연구개발(R&D)과 정책을 경험했는데, 다음은 경제일 수밖에 없다.

정책의 도움으로 키운 R&D 성과는 국가 경제로 이어진다. 연구 성과가 경제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데, 희한하게 성공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 과기혁신본부장 임명 초 20조5000억원이던 R&D 예산이 내가 있는 동안에만 7조나 늘었다. 우리나라가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좋은 연구 결과도 얼마든지 나오고 있다. R&D 성과가 기업에 연결돼서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성과가 시장과 단절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자산운용 측면에서 과학을 본다면, 중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과기인공제회도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공제회 자산운용 매니저들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보고 투자하는지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R&D와 정책, 경제 3박자를 실무가 아닌 결정권자 수준에서 아는 이는 국가적으로도 흔치 않다. 삼성전자와 정보통신부를 거쳐 현재 자산운용 분야에 있는 진대제 전 장관 정도다. 그 뒤를 잇고자 한다. 사실 기존 커리어를 이어 R&D나 정책분야에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편할 수 있는데,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바란 곳을 이끌게 됐는데, 이사장이 되기 전과 후 공제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게 있나.

▲나 스스로 과기인공제회 회원이다. 은퇴자금이 여기에 있고, 가족과 동료들 돈이 공제회에 걸려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전에는 공제회를 잘 알았다고 할 수 없다. 내 돈 굴리는 곳이라 생각했고, 으레 '돈이 잘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믿고 넘어간다.

그런데 이사장이 돼서 업무를 파악하니, 그 이상으로 대단한 곳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산이 10조원에 회원이 10만명이다. 2003년 설립 후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매년 자산 1조 원, 회원 1만명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조직 규모는 경영기획본부, 회원사업본부, 자산운용본부, 리스크관리본부 모두 합쳐서 100명도 안된다. 자산 쪽은 인원이 30명을 조금 넘는다. 1인당 3000억원 이상을 책임지고 담당하는 것이다. 책임이 크고, 그만큼 직원 '프라이드'도 세다.

공제회 조직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대단하다. 지금같이 경제가 어렵고, 금리가 오르면 자산을 다른 은행으로 빼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과기인들이 안 그런다. 퇴직연금, 적립형 공제급여, 목돈 급여 등 주된 상품 모두 흔들림이 없다. 내가 그랬듯이 많이 믿어 준 결과 같다.

[인터뷰]김성수 과기인공제회 이사장, "일복 타고나...수익과 과기 활성화 다 챙길 것“

-수익률이 높아서 그런 것 아니겠나.

▲우리는 상황이 힘들어도 회원들에게 최대한 많이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이자율이 다른 공제회와 비교해도 높다. 대표적인 상품인 적립형 공제의 경우 4.05%다. 4%는 넘기지 말자는 기류가 있었는데, 되도록 많이 드리고 싶었다. 말했듯이 회원들이 믿고 돈을 맡기는데, 회원과 공제회 간 신뢰다.

물론 걱정은 된다. 올해 수익을 올려야 이자율을 유지할 수 있는데, 다들 알다시피 올해 경제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그래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선제 대응해 안정적인 곳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주식이나 멀티에셋 자산은 연말까지 비중을 축소할 예정이다. 주식의 경우 선진국, 방어주 위주 투자에 나서며, 투자 비중 역시 기존 13%에서 중장기적으로 10%대 초반까지 낮출 계획이다. 멀티에셋도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

과기인공제회는 본래 주식 등 전통 투자보다는 인프라와 부동산 관련 대체 투자에 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곳이다. 실제로 전통 투자의 어려움을 대체 투자로 상쇄하고 있다. 부동산과 인프라는 올해 40% 비중에서 중장기적으로 4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조치를 통한 올해 수익률 목표는 4.9%로 설정했다. 달성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회원들이 믿어주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정작 문제는 다음이다. 이제 막 약세로 접어든 상황이어서 언제 회복세로 전환될지 알 수 없다. 장기화 우려도 있다. 이럴수록 내 강점을 공제회에 접목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 말인가.

▲과기인공제회가 단순히 돈만 보는 것이 아니라, 대두되는 국가혁신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그 중요성에 투자하도록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다. 투자는 대상을 알고 해야 하는데, 공제회 분들이 기술을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다. 설명하고, 알려줄 수 있다.

또 과기인공제회가 과기분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이끌고 싶다. 우리 공제회 설립 목적이 3가지인데, 과기인 생활과 노후 보장이 첫 번째고, 다음이 과기 활성화와 과기 국가경쟁력 증대다. 돈이 우선이지만 과기분야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임기 내 중점을 둔 가치다.

그래서 전체 수익률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과기인공제회 전체 자산 대비 5% 정도는 과학기술 발전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R&D 성과에 기반을 둬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으나 투자를 받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당연히 소재·부품·장비 벤처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는 마중물이 된다. 다른 경제 주체들이 우리를 믿고, 과기분야에 투자하는 소위 '앵커링' 효과를 낸다. 우리 투자활동이 더 많은 자금을 과기계에 전달하는 계기가 되고 발전의 디딤돌을 깔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 공공기술 사업화 펀드도 지속 투자하고,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펀드도 조성하고자 한다. R&D 현장 성과를 금융과 결합하고자 한다.

-조금 먼 시기 목표는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과기인공제회는 매년 자산 1조원, 회원 1만명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긴 하다. 2026년에는 자산 20조원, 회원수 15만명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회원과 자산에 기대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지속 가능한 공제회를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고, 또 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년이면 과기인공제회 설립 20주년인데, 이에 맞춰서 이후 10년을 그리고 있다. 'N-SEMA 2033 비전 및 중장기전략' 중장기 발전전략이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수립 전인데 최대한 충실하고 많은 내용을 담고자 한다. 그래서 지난 5월 말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연구 현장을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를 시작했다. 회원들 만나서 그들이 원하는 점, 필요한 점을 듣는 것이다.

연구 현장 출신 이사장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로 아는 사람들이니 나도 반갑고, 현장에서도 좋아한다. 같이 호흡하고 의견 듣고 있다. 2033 계획은 내년 5월 30일에 비전 선포를 계획하고 있다.

-회원 복지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아는데, 특히 중요한 것이 은퇴 과기인에 대한 것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은퇴 과기인을 위해 재무 컨설팅을 하고 있고, 이들을 위한 공간인 '사이언스빌리지' 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 아쉽게도 사이언스빌리지는 2019년 말 개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 입주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현재 입주율이 40% 수준인데, 75% 달성을 위해 현장 투어나 각종 체험 행사를 진행 중이다. 게스트하우스나 셔틀버스 운영, 리빙랩 등을 활용해 입주민 편의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고무적인 것은 계약률이 현재 52%라는 것이다. 5년 후에는 80%까지 실입주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언스빌리지에 신경 쓰는 이유는 이것이 향후 은퇴 과기인 복지 기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은퇴 과기인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결집해 이후 활동을 준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임기 내 다 이룰 수 있을지.

▲일을 만드는 것 같긴 한데, 이후 공제회와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과기 분야와의 결합은 공제회의 주된 역할이다. 수익률을 높여 회원에게 전해주는 것은 당연한 공제회의 본분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후대 이사장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내 대에 씨앗을 뿌려 이후 열매가 맺었으면 한다. 그때는 경제상황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김성수 과기인공제회 이사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냈고, 1990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본격적인 연구 현장 생활을 시작했다. 도중에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생명해양심의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한국연구재단 비상임이사 등도 지냈다. 화학연에서 기관장 자리까지 올랐는데, 1년여 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됐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