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한도 상향에 "환영"…인천공항 신규 입찰은 '미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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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상향하기로 결정했지만 면세업계는 내심 아쉽다는 반응이다. 고환율·코로나 재확산 등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향 폭이 기대한 것보다는 작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하반기 예정된 인천공항 신규 사업자 입찰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800달러로 상향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면세한도 상향은 지난 2014년 9월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조정된 이후 8년만이다.

면세업계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외국인 관광 수요 회복이 제한된 상황에서 내국인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이달 시작한 온라인 면세품 해외 판매 허용 등 정부 규제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20원을 돌파하며 13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높아질 경우 환율 상승분이 세금 감소분을 넘어서 면세점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면세점 판매 가격이 백화점·온라인몰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예정된 인천공항 신규 면세사업자 입찰에도 여전히 미온적이다. 정부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신규 사업을 추가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관세청과 제1여객터미널 9개, 제2여객터미널 6개 등 총 15개 사업권 입찰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입찰금액과 선정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공고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은 공항공사가 2개사를 복수 추천하면 관세청이 선정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기존 단수 사업자 추천제, '최고가 입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면세점 매출 또는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징수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이전처럼 한 달에 300억원이 넘는 고정 임대료를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천공항공사 또한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다 신규 사업자 계약 기간이 10년인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규사업자 입찰 공고는 오는 8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통상 신규 사업자 입찰 공고는 기존 사업자 특허 만료 6개월 전에는 이뤄진다. 제1터미널 특허 만료는 내년 7월, 제2터미널은 내년 1월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한도가 상향된다고 하나 신규 사업자 입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정 임대료 중심 입찰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신규 입찰 흥행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