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회 징계로 6개월간 당원권 정지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역당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장외정치 행보에 나섰다. 당 일각에서는 “대선 당시 지역순회 유세를 보는 듯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부산·강원 등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텃밭 지역을 방문해 윤핵관 견제의 모습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선 기간 중에, 지선 기간 중에 담았던 강원도와 춘천의 이야기, 잊지 않고 지켜가겠다”라며 “강원도의 교통은 더 좋아져야 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은 더 발달해야 한다. 네이버 각 데이터센터와 같은 최신 첨단산업이 많이 유치되기를 기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SNS 글에선 이 대표가 19일 강원도 춘천의 한 닭갈비 식당에서 청년당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사진이 함께 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현장을 방문해 이 대표에게 지방선거 공천 기회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지역 행보에 대해 단순한 당원과의 소통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했다. 방문 지역이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대행 지역구인 부산에서 강원으로 이어지자, 윤핵관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직 이 대표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번 징계가 윤핵관들의 작업에 따른 것이라는 불만이 남아있다. 이 대표는 대선 선거캠프 갈등이 최고조였던 지난해 12월, 장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기습 방문한 바 있다.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세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취임 1주년 회견에서 언급한 '자기 정치'가 징계 기간 동안 전국 청년당심 모으기로 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6개월 뒤 복귀를 위한 정비로 설명하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성비위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기소 결과가 나올 경우 중도사퇴 예측이 많지만, 이 대표 측은 6개월 뒤 복귀를 우선전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의 행보가 국민의힘의 새로운 세 결집으로 이어질지도 관심포인트다. '박근혜 키즈' '유승민계'로 불렸던 그가 '포스트 박근혜' '포스트 유승민'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명 교체 등 당 개혁 당시 각광 받던 청년세력과 조직들이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면서 “이 대표의 지역 순회 행보가 다시 청년당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