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비교해 커져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에서 임금이 1% 오르면 물가가 0.6% 상승하고 생산은 0.8%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물가 상승에서 임금 상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직전 8.6%에서 코로나 이후 10.0% 커졌다고 밝혔다. 임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6% 상승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생산은 0.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생활물가지수 모두 임금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물가가 임금상승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진입해 최근 논의되는 임금인상이 실제로 단행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가 변동에 임금 상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는 7~9%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10%까지 확대됐다. 한경연은 “최근 들어 물가에 대한 임금 상승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임금 상승을 단행한다면 물가 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연은 임금이 1% 상승하면 생산이 0.8%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우리나라의 2016년 대비 지난해 임금상승률은 주요 5개국(한국·미국·일본·독일·영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10.53%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노동생산성은 한국이 가장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경제 규모나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빠르게 상승했다”라며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임금인상은 생산 감소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제 규모와 생산수준에 맞는 임금수준 및 인상률이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