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프로젝트 '무비블록(MVL)'이 최근 국내 주요 3개 거래소에서 동시에 거래 재개된 것을 두고 5대 거래소 협의체 'DAXA'의 공동 가이드라인이 일부 적용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각 거래소가 모두 거래 재개 사유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어, 기존 다른 프로젝트 대비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은 지난 20일 16시경 동시에 무비블록 유의 종목 해제 공지를 냈다. 무비블록은 코인 유통량 계획 정보를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공시 플랫폼 쟁글에 상이하게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6월 9일부터 한달여 간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던 프로젝트다.
유통량 허위 공시나 조작 문제는 가상자산 생태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재단이나 발행사가 숨겨둔 코인 물량을 팔아 몰래 이득을 챙길 수 있고, 예고되지 않았던 물량이 시중에 풀려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코인의 가치도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코인 3억개 이상을 추가 발행했던 코스모체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량 조작이 발각된 후 재단 측은 임의 발행 물량을 전량 회수 후 소각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으나,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돼 코스모체인은 업비트에서 최종 퇴출(거래지원 종료)됐다.
이번 무비블록의 경우 유의종목 지정사유는 같은데 거래재개 사유는 각 거래소가 모두 다르다.
업비트의 경우 '유통량 계획 정보를 정정해 제출한 점', '해결을 위해 바이백 계획을 세우고 이행한 점' 등이 문제 사유 해소라고 봤다. 반면 코인원은 '무비블록 측이 재단 보유 물량 일부를 국내 커스터디 업체에 수탁하는 계약을 7월까지 체결하고 잔여물량도 10월까지 수탁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빗썸의 경우 '투자 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됐다'고만 명시하며, 아예 투자 재개 사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공시 의무를 어긴 것은 재단의 신뢰·도덕성과 연관된 문제인데, 바이백이나 커스터디(수탁)은 사후 수습책이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무비블록의 '사면' 적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코스모체인을 포함, 피카, 픽셀 등 사후 수습책을 내놓고도 유통량 공시 문제로 퇴출당한 프로젝트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의체의 부작용이라는 평가도 있다. 각 거래소마다 정책과 기준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같은 결론을 내려다보니 억지로 기준을 끼워 맞췄다는 것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며서 보안 문제도 불거졌다. 무비블록의 경우 유의종목 해제 바로 전날 갑자기 35% 이상 가격 급등을 보였는데, 협의체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DAXA 관계자는 “이번 거래재개는 DAXA 차원에서 시점 조율이 있었으나, 유의종목 지정과 관련된 결론은 각사 정책 세부사항에 따라 갈릴 수도 있다”며 “시점 등에 대한 보안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어, 협의체를 통해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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