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4>글로벌 에너지 전환 현장을 가다-佛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 프랑스는 원자력발전 가동 못지않게 사용후핵연료 처리에서도 앞서나가는 국가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가동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원전이 다른 발전원에 비해 경제성이 높지만 사용후핵연료 보관과 처분 문제 때문에 단점으로 인식된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중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 준위와 열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처리하기가 까다롭다.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로 처리한다. 프랑스 서북쪽 코탕탱 반도 끝자락의 '라하그'(La Hague) 시설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다. 라하그 시설은 300헥타르 면적에 약 5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1976년부터 운영되면서 3만3000톤 연료를 재처리했다. 현재는 △UP3(1990년 건설, 운영 중) △UP2 800(1994년 건설, 운영 중) △UP2 400(1996년 건설, 2003년 정지, 해체작업 중) 등 3개 재처리 시설이 있다. 프랑스가 원전으로 전력 70~80%를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라하그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위해 '습식 재처리 기술'을 사용한다. 수조에서 약 5년간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를 절단한 후에 질산 수조에서 용해(Dissolution) 과정을 거쳐 우라늄(U), 플루토늄(PU), 핵분열물질(FP), 기계 파트로 분리해야 한다. 우라늄(U)은 농축, 플루토늄(PU)은 정화 및 열분해(Calcination)를 통해 혼합산화물(MOX)·재처리농축우라늄(ERU) 연료로 사용된다. 핵분열물질(FP)은 열분해와 유리화(Vitrification)로 기계 부품은 전용용기에 담아 폐기된다. 재처리를 통해 소비되는 연료 체적의 약 96%를 재사용할 수 있다.
이재학 원자력환경공단 단장은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사업화하는 국가는 프랑스와 러시아 정도”라면서 “프랑스와 러시아가 하는 재처리는 우리나라가 하는 파이로 프로세싱과 다른 방식으로 습식 재처리를 상용화한 것이고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건식 재처리인데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재처리한 연료를 22개 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가 원전 56기를 운영하는 것을 감안하면 운영 중인 원전의 약 40%에서 재처리 연료를 사용하는 셈이다. 또 세계적으로는 1972년 이래 세계 43개 원자로에서 재처리 연료를 장전해 운영 중인데 절반 넘게 프랑스에서 운영되는 셈이다.
라하그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운영하는 오라노는 세계적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업이다. 직원 1만6500명이 있는 이 회사는 사업 활동의 43%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집중돼 있다. 세계시장으로도 진출했는데 프랑스가 시장점유율 53%로 가장 많고 그 다음 아시아 20%, 유럽 13%, 미국 13%, 기타 1% 순이다. 세계 각 지역 곳곳에서 오라노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토프 뉴노(Christophe Neugnot) 오라노 커뮤니케이션 수석 부사장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가장 큰 의미는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프랑스는 전체 전력량의 10%를 사용후핵연료를 재사용해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해외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사업화하는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국가는 핵 보유국과 일본 정도로 시장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분석한다.
이 단장은 “재처리가 가능한 국가는 핵 보유국과 일본 정도로, 일본도 재처리시설을 지원하지만 기술 개발이 잘 안 돼 운영을 못하고 있다”면서 “만약 우리나라가 (위탁) 재처리를 하더라도 폐기물들을 우리나라로 가져와야 하고 연료를 현재 원전에 곧바로 사용할 수 없어 시설 개선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리(프랑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