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재처리 대신 '직접 처분'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또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운반·저장·부지·처분 기술을 2060년까지 확보,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핀란드와 스웨덴 같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선도국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하고 직접 처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들 선도국 길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기본정책과 부지선정 등 시설·투자계획 등을 제시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알파선 방출 핵종농도가 그램(g)당 4000베크렐(Bq), 열 발생량이 ㎥ 당 2㎾ 이상인 방사성폐기물을 말한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일종이다.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부지 유치지역은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은 △발생자로부터 인수한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 전까지 저장하는 시설인 '중간저장시설' △처분시스템의 고유특성과 장기성능을 실증하기 위한 시설인 '지하연구시설' △고준위 방폐물을 인간의 생활권으로부터 영구 격리하는 시설 '영구처분시설'로 구분한다. 부지선정 절차에 착수한 이후 관리시설 부지 확보, 중간저장시설 확보, 영구처분시설 확보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기술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산업부는 지난 20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 로드맵'을 공개하고 2060년까지 △운반 △저장 △부지 △처분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4대 핵심분야에 대한 104개 요소기술과 343개 세부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기보다는 직접 처분을 염두에 두고 관련 계획을 설계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재활용하고 재처리 과정에 발생하는 고준위방폐물은 심층 처분하는 프랑스와는 다른 방식이다. 다만 우리나라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건식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 개발을 추가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핀란드, 스웨덴 같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선도국들도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방폐물로 간주해 직접처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핀란드는 원전별로 원자로건물 내에 습식저장조를 운영하고 있고 원전부지별로 분리된 습식중간저장시설도 운영한다. 유라요키(Eurajoki) 지역 내 올킬루오토(Olkiluoto) 처분부지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스웨덴은 원전별 원자로건물 또는 인접건물 내에 습식저장조를 운영하고 있다. 오스카샴(Oskarshamn)에는 중앙집중식 습식중간저장시설이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관련 시설로는 암반 연구시설을 1995년에 준공해 운영하고 있고 포스마크를 처분 예정부지로 선정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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