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올해 상반기 내수 승용차 시장에서 압도적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와의 판매 격차는 작년 상반기 1만6000대에서 올해 상반기 3만7504대로 커졌다.
기아는 승용차 기준 상반기 23만3457대를 국내에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현대차는 19만5953대를 팔아 14.9% 줄었다. 제네시스는 6만7748대로 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산차 판매가 10.8% 줄었음을 고려하면 기아는 선방했다. 현대차는 업계 평균보다 감소 폭이 높았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국내에 46만9361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현대차(43만489대)를 3만8872대 추월했다. 연간 승용차 판매량에서 기아가 현대차를 앞지른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 기아는 작년 한 해 판매 격차와 맞먹는 3만7504대를 현대차보다 더 팔았다.
차종별 판매량에서도 기아는 상위 5개 차종 가운데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3개 차종을 포함시키며 인기를 입증했다. 3개 차종은 기아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레저용차량(RV)으로, 현대차 동급 차종을 판매량 면에서 모두 앞질렀다.
쏘렌토는 3만1677대가 팔려 현대차 싼타페(1만3272대)를 제치고 국내 SUV 시장 1위에 올랐다. 카니발은 2만8186대를 기록하며 현대차가 승용 미니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스타리아(1만4289대)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스포티지 역시 신형 모델이 투입되면서 작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2만7873대를 출고했다. 동급인 현대차 투싼은 1만9959대로 작년보다 31.5% 줄었다.
기아가 내수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것은 차별화된 SUV·RV 제품 전략이 주효했다.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성능·품질 등 상품성이 상향 평준화된 가운데 디자인·마케팅 전략 등이 판매량을 결정짓는다. 기아는 셀토스와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 카니발까지 국내 제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6종의 SUV·RV 라인업을 보유했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다. 기아는 이달부터 신형 셀토스 판매를 시작하는 데 이어 하반기 중 스포티지 액화석유가스(LPG) 모델, 레이 상품성 개선 모델, 전기차 EV6 고성능 모델인 EV GT 등을 추가로 출시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경쟁은 앞으로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사인 양사는 연구개발 부문을 공유하고 있지만 영업·마케팅 부문 등은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경쟁을 펼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