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닌, 약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혈당센서 기술이 개발됐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정오 박사팀이 장아람 세명대 교수팀과 하루 3회 측정시 약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새로운 혈당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3000번까지 센서 성능 유지를 확인했으며, 그 이상 횟수에서도 센서가 작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판 혈당 측정 센서는 대부분 일회용이며, 일회용이 아니더라도 2주일 이상 가는 센서가 드물다. 그러나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혈당 센서가 필요하다. 오래 쓸 수 있는 혈당 센서 기술이 개발되지만 기술 복잡성과 난이도 탓에 연구가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반적으로, 혈당 센서는 체액(혈액, 땀 등의 분비물)과 센서 속 효소가 반응해 나오는 부산물 중 하나인 '과산화수소'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체액 속 '글루코오스'가 센서 효소와 만나 과산화수소를 배출하면, 센서 안 전극과 과산화수소가 전기화학적으로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과산화수소 양을 감지하는 원리다. 이때 일어나는 전기화학 반응에는 촉매가 필수인데, 촉매가 직접 체액에 닿아 손상을 입는 탓에 센서 지속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촉매가 직접 체액에 닿지 않도록 촉매 위에 얇은 그래핀 단원자 층을 덮어 촉매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래핀으로 덮인 촉매는 여러 번 사용해도 체액에 노출되지 않아 성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 촉매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그래핀 전극을 깔고 그 위에 촉매 나노입자가 초코칩처럼 박힌 형태였다. 연구팀은 이를 뒤집어, 플라스틱 기판 위에 촉매가 바로 오고 그 위를 그래핀 전극이 이불처럼 덮은 형태로 만들었다.
원래 촉매가 바로 체액과 닿아야 전기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사이를 그래핀으로 막았는데도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연구팀이 확인했다.
이런 결과는 그래핀 특징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핀은 빛과 양자 외에는 투과할 수 없어 체액이 촉매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주면서도, 고유의 전기적 특성 때문에 촉매가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연구결과는 ACS 나노 6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한국, 중국, 미국 특허를 등록하고, 웨어러블 혈당 센서 실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정오 박사는 “본 기술과 적절한 체액추출 기술의 결합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혈당센서의 개발이 가능하다. 해당기술은 촉매의 안정성이 중요한 다양한 전기화학반응에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화학연구원의 기본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사업, 국민위해인자에 대비한 기체분자식별분석사업(다부처사업)으로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