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은 예부터 두레·품앗이로 대변되는 협력과 협치 DNA를 갖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왔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1·2위 수준의 총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는, 과학기술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가는 미래지향적 나라다. 이 같은 국민성과 전략적 국가투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첫 사례가 한국이라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중앙집중식 추격형(Fast Follower) 경제성장이 단기간에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중앙과 지역 간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GDP 가운데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 42.3%에서 2019년에는 47.4%로 중앙-지역 간 경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혁신역량지수(R-COSTII)가 수도권 대비 4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중앙과 지방 R&D 투자비, R&D 추진 주체들의 역량 차이 등 중앙편중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제는 중앙과 지역 간 균형을 위해 성장 위주 정책뿐만 아니라 확산 중시 정책 역시 고려해야 할 때다.
이 같은 상황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80번째 국정과제로 '지방 과학기술주권 확보로 지역 주도 혁신성장 실현', 즉 지역 R&D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특히 지역 R&D를 통한 원천혁신 역량 확충과 개방형 융합연구 촉진은 물론 성장과 도약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과학기술 문화 확산을 꾀해 창업 및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혁신성장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R&D 혁신 주체의 주요 애로사항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중앙과의 소통 채널 부재와 이에 따른 정보 부재라고 한다. 특히 소통과 정보 부재에서 기인하는 지역과 중앙 간 심리적인 괴리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속도와 효율을 우선해 온 중앙집중형 R&D 정책의 관성이 여전한 현 상황에서 우리는 중앙과 지역 간 물리적 거리보다는 심리적 괴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메타버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 네트워킹 수단이 크게 발전, 물리적인 거리감뿐만 아니라 심리적 괴리 역시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중앙 R&D 지원기관과 각 지역 R&D 혁신 주체 간 상시적인 정보 공유 및 문제해결을 위한 전담 기능이 만들어져야 한다. 비대면 또는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네트워킹을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기존의 일방적 구조에서 벗어나 상호유기적인 네트워킹이 이루어진다면 지역 R&D 혁신 주체 구성원의 혁신역량 강화 제고뿐만 아니라 지역 R&D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전환(DX) 시대, 디지털 R&D의 두레·품앗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지역 간 네트워킹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지역 R&D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의 두레·품앗이 DNA로 종축 성장을 이뤘다면 미래 디지털 두레·품앗이 플랫폼은 횡축 균형성장을 가능하게 해서 지방과학 기술주권 및 지역주도 혁신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신산업MD/알키미스트MD gtlee@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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