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 원자력발전 설비를 올해보다 두 배 확대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원전이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계통 안정성을 위한 급전가능 전원인 원전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원전 전문가는 IEA 시나리오대로 원전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원전 생태계가 조속히 복원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IE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자력과 안정성 있는 에너지 전환(Nuclear Power and Secure Energy Transitions)'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IEA는 이 보고서에서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기준 413GW인 원전 설비가 2050년까지 812GW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원자력 설비는 2030년대 연 평균 27GW가 확대돼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넷제로는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6대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만을 감축 대상으로 본 '탄소중립'보다 넓은 개념이다. IEA는 탄소중립 대신 넷제로라는 표현을 활용한다.
IEA는 이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우려와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원전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전은 넷제로 달성을 위한 불확실성이 낮은 자원으로 현재 원전설비 413GW를 가스발전으로 교체 시 1800억bcm(billion cubic meter) 가스가 필요하고 이산화탄소 1.5기가(G)톤이 추가 배출된다고 분석했다. 원전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스에 비해 현격하게 적다는 의미다.
파티 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치솟는 화석 연료 가격, 에너지 안보 문제, 야심찬 기후 공약 등 상황에서 원자력은 복귀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EA는 또 원전이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계통 안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IEA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90%로 증가하기 때문에 급전가능 전원인 원전 역할이 강화된다. 기존에 화력발전이 전력계통에 기여하던 수요피크 안전성, 단기 유연성, 용량 제공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또 원전은 청정수소 생산과 기존에 화석연료가 담당하던 산업용 열을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
원전 전문가는 IEA가 현행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원전용량을 제시한 것으로 이 같은 시나리오를 실행하려면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IEA 예측은) 현재 수준에 비해서 두 배 수준 증가하는 것이지만 발전소들이 2050년까지 계속 운전을 못하고 감소하는 물량이 절반 정도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600GW가 필요하다”면서 “2030년대 현재 동유럽을 필두로 나오고 있는 신규 원전이 '트리거'가 될 것이냐, SMR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지에 따라서 원전 역할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 또한 원전을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건설비용과 건설기간 단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추진 등을 제안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50 IEA 넷제로 시나리오의 지역별 원전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