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온라인 플랫폼은 정보 약자의 비빌 언덕이다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살다 보면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 피땀 흘려 모은 전세보증금을 떼이거나 멀쩡히 장사하고 있는 가게에서 쫓겨날 수도 있고, 장난으로 한 행동이 폭행이나 추행 사건으로 커져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법은 복잡하다. 상식으로 접근하다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법을 많이 공부하고 다뤄 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막상 필요할 때 적절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좋은 변호사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알기도 어렵다. 민사 1심 재판 가운데 약 70%, 형사 재판 45%가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은 '나 홀로 소송'이다. 충분한 법률서비스 정보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설령 변호사를 찾아간다고 해도 그가 제안하는 대응 방법과 거기에 드는 비용이 적절한 것인지 확인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꽤 많은 수임료를 지불하기로 하고 선임한 변호사가 충분한 실력과 관심을 기울여서 사건을 진행하는지도 검증하기 어렵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거나 간절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그래도 안심하고 사건을 의뢰할 수 있는 이른바 '전관' 변호사 또는 잘 알려진 유명 법률회사를 찾는다. 반면 인맥과 경력이 없는 젊은 변호사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십상이다.

일반 국민이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정보 부재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법률서비스뿐만이 아니다. 의료, 세무, 부동산, 강습, 차량정비 등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에서는 소비자가 서비스를 받기 전에 그 품질을 잘 알 수 없고 받은 후에도 가격과 품질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특성을 띠는 재화를 신뢰재라고 부른다. 신뢰재의 경우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뿐만 아니라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조차도 판단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자동차 정비를 받을 때 어떤 곳에서는 여기저기 고쳐야 할 것이 많다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그냥 타고 다녀도 된다고 하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게 된다.

법률서비스를 포함한 일부 분야에는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자격증 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전문가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전문가 평판을 더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 나에게 청구하는 비용이 적절한지 더 쉽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플랫폼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많은 병원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게시하고 언제든 상담할 준비를 하고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소비자는 굳이 서울 강남까지 가서 성형외과를 돌아다니며 상담과 견적을 받고 비교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플랫폼에서는 후기와 평점을 통해 이미 경험한 다수의 소비자들로부터 서비스 품질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도 있다.

물론 플랫폼이 신뢰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경쟁으로 허위 과장 광고가 조장될 수도 있고 악의적 후기와 평점이 정보를 왜곡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은 자신의 정보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왜곡을 자발적으로 시정하려 할 것이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가치는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부유한 이들에게는 아는 변호사, 아는 의사가 적어도 한둘쯤은 있기 때문에 굳이 플랫폼에 가서 정보를 구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는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마땅한 통로가 없다. 전문서비스 제공자 가운데에서도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알아서 고객이 찾아오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실력은 있지만 고객을 만날 기회 자체를 얻기 어려운 이도 많다. 플랫폼은 정보 약자가 비빌 수 있는 언덕이다.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minsoopark@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