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매각될 위기에 처했던 '조선 왕실 보록'이 외국계 기업의 지원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올해로 만 10년째 국외 문화재 환수를 돕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의 여섯 번째 문화재 환수다.
라이엇 게임즈는 27일 충무로 한국의 집 민속극장에서 '환수 문화재 언론공개회'를 열고 조선 왕실 유물 '보록'의 국내 환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보록은 조선 왕실의 인장인 '어보'를 넣는 '보통'을 보관하는 외함이다. 당시 문화와 생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로 평가된다.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된 만큼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보록 관련 정보를 입수, 소장자를 설득하는 과정과 전문가 평가·실견을 거쳐 매입에 성공했다. 재단이 정보를 입수했을 당시 영국 법인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후 판매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재단은 조선왕실 문화재인 보록의 국내 귀환을 위해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관련 검토를 거쳐 매입을 추진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소장자에 대한 설득과 기민한 국내 환수 절차 전반을 지원했다.
보록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를 통해 8월 중 시민에 공개될 예정이다. 라이엇 게임즈가 환수를 지원한 유물 3종이 전시에 포함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한국에서 국외 문화재 환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이상 2019년) 등 다섯 차례 국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전 세계에 인기 게임 롤(LoL)을 서비스하며 사회공헌에 참여하는 라이엇 게임즈가 국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0년에 걸친 장기 지원의 성공적 사례로 해외에서도 케이스 스터디가 이뤄지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해 문화재청과 후원 약정을 맺고 국외 소재 문화재재단 등 관계 기관 및 협업사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지금까지 기부한 지원금은 68억8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약 20억원이 국외 문화재 환수에 쓰였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사회환원총괄은 “오늘날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우리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10년의 노력을 이어왔다”며 “함께해주시는 플레이어 여러분께도 우리의 자부심이 되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