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금융의 국제화를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얼마 전 아르메니아의 중앙은행 부총재와 은행연합회 회장 등이 금융결제원을 방문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아르메니아는 오픈뱅킹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디지털금융 인프라 구축 경험을 공유받고 싶어 했다.

비단 아르메니아뿐만이 아니다. 라오스 등 신남방과 코스타리카, 보츠와나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의 지급결제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길 원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2년 넘게 대면 교류가 끊겼다가 다시 하늘길이 열리자 아르메니아가 가장 먼저 날아온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 협력이 요구되고 국가 간 송금, 자금세탁방지, 가상자산, CBDC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우리가 당연시하는 실시간 이체와 모바일 뱅킹이 기반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도입되지 못하고 경제 발전 또한 뒤처진 국가가 많이 있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디지털금융 인프라가 바로 K-팝이고 방탄소년단(BTS)이다.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대중음악의 중심에 BTS가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금융에 우리의 선진 디지털 인프라를 이식하고 싶어 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금결원은 ADB, EBRD 등 국제기구에서 금결원 직원의 파견을 요청하는가 하면 최근 이름도 생소한 국가들의 협력과 교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실제로 금결원은 지금까지 12개 국가에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자문 등을 제공하며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협력 성과는 2019년 오픈뱅킹을 본격 실시하면서 크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 오픈뱅킹은 우리 국민의 금융생활 편의만 높인 게 아니었다. 이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창출한 것이다. 금결원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외사업 담당 조직을 해외협력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2021년부터는 외교부의 중남미 디지털협력 사절단 일원으로 2년 연속 참가, 중남미 국가와의 디지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는 오픈뱅킹이 우리의 주력 수출 상품이 된 이후 기존 신남방, 신북방과 아프리카 위주 해외협력사업 지평도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협력사업은 단순히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기술을 전수했다는 정도의 상징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향후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을 연계할 때 우리의 경험을 전수한 국가와의 연계는 물리적인 측면은 물론 원활한 관계 형성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금결원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인증이라든지 금결원을 벤치마킹해서 설치된 베트남과 아르메니아의 지급결제 전담 기관들은 그러한 협력 과정에서 금결원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우호적인 관계와 우리와 닮은꼴의 시스템은 우리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그들이 그곳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데 유리한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캄보디아에서는 우리 시중 은행들이 금결원이 구축한 국가지급결제시스템을 활용해서 현지인에게 금융서비스를 활발하게 보급하고 있다. 앞으로도 금결원이 한국형 디지털금융 인프라 구축 경험을 다른 나라에 꾸준히 전수해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러한 노력이 우리 금융의 국제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haksoo_kim@kft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