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상 외환송금 의심 총 7조원…대부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체"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의 이상 외환송금 거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의 이상 외환송금 거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총 44개 업체에서 53억7000만달러(약 7조552억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 징후가 포착됐다. 이 중 정상적 상거래에 따른 송금도 포함돼있어 해당 규모 전체를 이상 거래로 볼 수 없지만 소위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불법 환치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27일 “모든 은행 대상으로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대규모 이상 외화송금거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21년 이후 신설 업체 중 △외환송금액 5000만달러 이상+자본금의 100배 이상 △외환송금액 5000만달러 이상+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 운영 은행(신한 전북 농협 케이뱅크)으로부터의 빈번한 입금 거래 △특정 영업점의 외환송금 실적이 50% 이상 차지하는 거래를 점검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현재 금감원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주요 점검대상 거래 규모가 53억7000만달러(44개 기업)로 나타났다. 다만 이 중에는 정상 상거래에 따른 송금 사례도 확인돼 정확한 수치를 단정할 수 없다고 이 부원장은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규모는 약 4조1000억원(33억7000만달러, 22개 업체)으로 잠정 집계돼 은행이 당초 보고한 규모보다 증가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우리은행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000억원(13억1000만달러) 규모, 신한은행에서는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2조5000억원(20억6000만달러) 규모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

이는 당초 은행이 금감원에서 보고한 내용보다 우리은행 7000억원, 신한은행 9000억원이 각각 증가한 수치다. 다만 3개 업체(우리 1개, 신한 1개)의 경우 송금자금에 정상 상거래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이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송금거래 대부분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자금이 이체되고, 이 돈이 국내 무역법인 대표 등 다수 개인과 법인을 거쳐 해당 무역법인 계좌로 모였다. 이후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해외법인으로 송금됐다. 해당 해외법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로 파악됐다.

국가별로 보면 홍콩으로 흘러간 자금이 25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일본 4억달러, 미국 2억달러, 중국 16억6000만달러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준수 부원장은 “법인 대표가 같거나 사촌 관계이고 한 사람이 여러 법인 임원을 겸임하는 등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경우도 확인됐다”며 “법인계좌에서 타법인 대표 계좌로 송금, 동일한 계좌에서 다른 2개 법인으로 송금,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업체들의 기간을 달리한 송금 등 서로 연관된 거래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거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유입된 자금과 일반 상거래로 들어온 자금이 섞여 해외로 송금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 대상으로 대규모 이상 외화송금 거래 여부를 자체 점검하고 이달 말까지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검사 휴지기(7월 25일부터 8월 5일) 이후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상 외화송금 업체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관련 내용을 검찰·관세청 등에 통보할 계획이다. 또 은행 자체점검 결과를 분석해 필요할 경우 추가 검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부원장은 “검사 결과 외환업무 취급과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은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