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위기 이후 수요와 공급간 회복 시차가 장기화된 가운데 다수의 공급 충격이 중첩되면서 물가 상승이 가속됐습니다. 또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안착 정도가 약화되면서 임금·물가간 상호작용, 기업의 생산비용 전가, 소비성향 위축 등 리스크가 가시화됐습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은 27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1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통화정책 기조변화 배경과 리스크 요인'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서 “한은은 지난해 8월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4월 이후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하고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을 단행하는 등 완화 기조 조정을 가속했다”며 최근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한은금요강좌의 일환으로 열렸다. 한은이 대학생과 일반인 대상으로 경제·금융을 주제로 개최하는 경제강좌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온라인으로만 실시하다 이날부터 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서 금통위원은 강연 내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실증분석 결과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간 상관관계는 저물가 국면보다 고물가 국면에서 보다 강하게 나타났다”며 치솟는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내외금리차의 역전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점도 금리 인상 이유로 들었다.
한은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 기조와 빅스텝 이유를 공개적으로 발언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한은 금통위 의중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공식 기자간담회 발언이나 한은 금통위 회의록에서 익명 의견을 참조하는 것에 그쳐왔다. 이날 공개 석상에서 금리와 관련해 금통위원이 직접 발언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 전날 열린 강연이어서 관심이 더 컸다.
이날 강연엔 대학생, 일반인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서 위원은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빅스텝보다는 0.25%P씩 금리를 올리는 '스몰 스텝'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내비쳤다.
서 위원은 “향후 금리인상 속도는 하반기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고 물가상승률이 수개월 내 고점을 지나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서 점진적인 인상경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물가 상승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 하방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물가간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심화된다면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