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금리 0.5%P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은은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 단행 이후 앞으로는 0.25%포인트(P)씩 금리 인상을 이어 가겠다고 했지만 Fed가 올해 말까지 3.75%를 금리 인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만큼 역전된 금리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Fed는 26~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내고 정책금리(기준금리)를 현행 1.5~1.75%에서 2.25~2.5%로 0.75%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초강수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금리(금리 0~0.25%)를 2년 넘게 유지하다 올해 초부터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 3월 0.25%P를 올린 데 이어 지난 5월 빅스텝과 6월 및 이달 자이언트 스텝을 연속으로 밟으면서 약 4개월 만에 금리를 2.5%로 끌어올렸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다음 FOMC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경한 금리 인상 기조를 천명한 만큼 올해 3번 남은 FOMC에서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FOMC 결과 미국 기준금리가 한은 금리(2.25%)보다 0.25%P 높은 한·미 금리 역전이 일어나면서 당장 외국인 자금 유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리는 '돈의 가격'인데 우리 원화보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더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샀던 우리 기업 주식이나 국채 등을 팔아 달러로 바꾼 뒤 미국에 투자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 금리 역전 기간은 1996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크게 세 차례 있었지만 이때 외국인 자금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유입됐다.
다만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면 달러에 비해 원화 약세가 고착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또 금리 역전 이후 우리 주식시장은 긴 침체기를 겪었다. 특히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코스피는 박스권(주가가 일정한 폭에서만 등락) 장세였다.
우리 주식시장은 이를 즉각 반영했다. 미국 시장이 연속 자이언트 스텝과 파월 의장의 발언을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62% 오르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전장 대비 4.06% 급등한 것과 달리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 폭은 작았다.
한은도 금리 역전은 허용하되 큰 폭의 금리차는 안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은은 이승헌 부총재가 주재한 회의에서 “이번 미 Fed의 금리인상으로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자본 유출입, 환율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이창용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음 금통위 때 말하겠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차기 금통위 회의는 다음 달 25일 예정돼 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