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선행물류인 밀크런 사업 일체를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 넘긴다. 밀크런은 구입처 화물차가 여러 거래처를 돌며 상품을 모아 운송하는 서비스다. CLS가 기존 로켓배송에 이어 운송 사업까지 맡으면서 3자물류(3PL) 진출도 가시화됐다.
쿠팡은 최근 밀크런 영업권과 관련 자산 일체를 자회사 CLS에 양도했다. 양도금액은 591억원이다. CLS가 양수한 밀크런 사업은 여러 납품업체를 돌며 상품 집하부터 물류센터 적재까지 상품 운송을 대행하는 순회집하 서비스다. 쿠팡 로켓배송에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사는 쿠팡 물류센터에 재고를 입고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밀크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쿠팡과 계약된 화물차량이 상품 운송을 대행한다.
그동안 쿠팡은 본사가 직접 하는 배송 부문과 달리 밀크런과 간선물류 등 운송 부문은 전부 외주업체에 맡겨 왔다. 동방 등이 대표적이다. 동방은 쿠팡과 52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올해 말까지 밀크런 운송을 전담한다. 최종 배송 단계인 라스트마일에서 로켓배송에 집중하면 상품을 물류 거점으로 옮기는 퍼스트마일과 미들마일은 외주를 통해 효율화를 꾀했다. CLS는 이번 양수도 계약으로 쿠팡의 밀크런 자산과 함께 이 같은 계약상 지위도 넘겨받았다.
쿠팡 밀크런은 차량 적재 효율이 극대화돼 화물 용달보다 단가가 낮고 편의성은 높아 납품업체 대부분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이 덕분에 비용 투자가 많은 로켓배송과 달리 밀크런은 고수익 사업으로 통했다. 그럼에도 쿠팡이 알짜배기 사업인 밀크런 운송을 CLS에 양도한 것은 물류 사업 효율화와 3PL 진출을 위해서다.
쿠팡 물류 자회사인 CLS는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했다. 쿠팡이 자체 배송만 가능한 흰색 번호판이라면 CLS는 다른 업체 물량도 유상 운송할 수 있는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았다. 그동안은 모회사인 쿠팡의 로켓배송 지방 권역 물량 일부를 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양수도 계약으로 CLS는 3PL 진출을 위한 조건을 갖췄다. 3PL은 고객사에 배송, 운송, 보관 등 다양한 물류 기능을 종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실상 제품 생산과 고객관리를 제외한 물류 관련 전 분야를 위탁하는 것이다. CLS는 택배업 자격은 획득했지만 사업 영역이 위탁배송에 한정된 반쪽짜리 형태였으나 이번에 운송까지 맡으면서 3자 물류에 필요한 사업 구색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 물류센터에 모인 화물을 각 지역 캠프에 전달하는 간선물류 영역까지 CLS로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