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경제 발전 위협
이미 기후변화 문제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기후는 세계 곳곳에서 사회경제와 자연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다. 수년간 계속 많은 곳에서 폭염과 가뭄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지역에 따라 호우와 폭풍으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극한현상(폭염, 가뭄, 호우 등)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강해지거나 발생 횟수가 증가하면서 자연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지난해 독일과 벨기에에서 200㎜에 못 미치는 비가 내려 200여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짧은 시간 동안 무려 두 달에 내릴 비가 한꺼번에 내렸다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비가 600㎜ 이상이 내린 것과 같은 극한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최빈국이나 선진국을 막론하고 경험하지 못한 극한 현상이 발생하고 대응체계가 확립되지 못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최빈국이나 사회취약계층은 피해를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극한 현상은 특히 식량 생산에 저해 요소로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에 관한 평가
기후변화에 관해 과학, 기술, 사회경제 분야를 망라한 최신 정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자료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발간하는 평가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IPCC는 2015년 이후 최신 정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6차 평가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제1 실무그룹(WGI:Working Group I)에서 작성한 과학적 근거 보고서는 2021년 8월, WGII는 영향, 적응 및 취약성 보고서는 2022년 3월, WGIII는 완화 보고서를 4월에 승인했으며,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는 2022년 말에 승인할 예정이다. 참고로 IPCC 보고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천명의 기후변화 전문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작성한 보고서로 회원국 정부대표가 참석한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하기 때문에 국제협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근거로 활용되며, 2007년 이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평가보고서에서 주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인간활동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발생하며, 최근 기후변화로 폭염, 호우, 가뭄 등 극한기후현상이 광범위하고 가속화되고 강해지고 있다. 2019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은 산업혁명(1850~1900년 기준)이후 1.09℃ 상승하였으며, 이산화탄소는 410ppm으로 5차 평가보고서에 비해 20ppm이 증가했고(2021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ppm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 메탄, 아산화질소 등 주요 온실가스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세계기상기구 발표에 따르면 각종 극한 현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재해 발생이 증가 추세에 있음이 각종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2)세계 각지에서 기후변화가 다양한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는 미래에 더 증가할 것이다. 2040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은 1.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기온 상승이 달라져서 최악의 경우 4.4℃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WGII 보고서는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 취약성, 미래 예상되는 위기를 지역별, 부문별로 제시하면서 인간활동로 인한 환경변화와 기후변화는 현재와 미래에 위협이 증가하고 향후 복합적인 영향과 위기를 피할 수 없으며 위기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극한 기온 발생 및 강수 변동성 증가로 식량과 물 부문 위기가 증가하고, 해안도시에서 홍수로 인한 기반시설 피해가 발생하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미래 전망은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기온이 현재(1995~2014년 기준)보다 7.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3)즉각적인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만이 온난화를 1.5℃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해서 강하고 빠르고 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메탄 및 다른 온실가스 감축은 필수다. WGIII 보고서에 따르면 26차 유엔기후변화협상 당사국 총회(COP26) 이전까지 제출된 회원국들의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100년까지 1.5℃ 이하로 억제하기 어려우며, 현재까지 시행된 정책이 지속된다면 2100년 지구평균기온은 3.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를 1.5℃ 이하로 억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84%를 감축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수요와 공급 부문 모두에서 감축해야 하는데 특히 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화석연료 사용 감소, 저탄소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제거, 최종수요자들의 선택지 구조를 통한 수요 관리 등을 제시하고 있다.
(4)기후시스템 변화 중 일부분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온난화를 제한한다면 변화 중 일부는 중지되거나 돌이킬 수 있다.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행된다면 지구온난화를 1.5℃ 이하로 억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2040년까지 추가적인 온난화가 진행되고 그에 따라 극한 현상으로 인한 자연생태계와 사회경제적인 피해 증가는 피할 수 없다. 해수면은 2100년까지 지금까지 상승한 20㎝에서 적어도 40㎝ 추가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수백년간 해양 변화(해수면 상승, 해양의 산성화와 산소농도 감소) 및 빙권의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 저지대에서 홍수로 인한 기반시설 피해와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생태계에서도 환경과 기후변화로 생물종 멸종이 지속될 것이다.
(5)기후변화 대응전략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즉각적이고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다. 기후변화 적응은 온난화가 증가할수록 효율성이 감소하므로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WGIII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반으로 줄일 수 있는 과학기술과 정책 방안은 있다.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탄력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적인 행동이 과거 보고서에서 평가한 것보다 더 시급하다고 보고했다.
기후위기 대응전략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과거에 발간된 보고서에 비해 보다 명확하게 기후위기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고,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이 필수라고 평가한 것이다. 지금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효율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스톡홀름연구소는 지구행성경계 9개 분야 중 기후변화, 물, 생물종 멸종, 지표면 변화, 화학물질, 생지화학과정 등 6개 분야에서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보고하며 인간활동으로 인한 위기가 가중되고 있음을 엄중히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지구의 지속 가능과 인류의 지속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과 메타버스를 통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온난화를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매년 배출량을 7% 이상 감축하는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하다. 어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이행하더라도 2040년에는 온난화가 지금보다 0.4℃가 높은 1.5℃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폭염, 가뭄, 홍수 등 극한 현상도 더 강해질 것이므로 극한 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정책도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1.5℃보다 온난화가 더 커질 경우를 대비하려는 노력도 위기관리를 위해 감안해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술 개발은 국가와 민간 차원에서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래를 보는 정책 수립이 가장 중요하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해야 된다는 목표는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에 10년, 30년, 100년 후를 예상하고 대응해야 한다. 기후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기후변화 위기 시나리오, 기후변화 감축 시나리오, 기후변화 적응 시나리오, 기후변화 경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정책 구상에 근거로 삼아야 한다. 가장 확실한 사실은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는 엄청난 빅데이터 분석과 미래 예측 역량이 필요하고 따라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는 갈수록 기후변화 예측과 전략 입안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기후변화 전문가 양성과 과학적 근거자료 확보도 시급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기후변화 영향에 관해 지역별, 부문별 자료시스템이 구축돼야 효율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하며, 피드백을 통한 정책 평가가 가능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지역에서 부문별 배출량 정보를 알아야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 이행할 수 있으며, 정책의 이행 정도를 과학정보에 근거해 평가해야 한다. 인공지능기법은 기후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나 피해를 예측하는데 활용하여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과학정보에 근거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지역 전문가 양성도 필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후변화 담당자들이 잦은 이동이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전문가로 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는 것으로 보여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행동 참여
국제협력과 국가, 시민사회, 기업이 같이 노력해야만 기후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돼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기후변화에 관한 인지도는 높으나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앞으로 더욱 커지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가까운 미래 20년 동안 온난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기후행동에 참여한다면 20년 이후 온난화의 세기를 변화시킬 수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많이 기여한 선진국보다 개도국이나 최빈국에서 상대적인 피해가 크며, 기성세대보다 미래세대가 더욱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간활동으로 인한 환경변화와 기후변화로 심각한 피해가 자연생태계에 나타나고 있다. 자연에 나타나는 생물종 멸종이나 환경 파괴는 다시 인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한 자연은 기후위기를 저감시키고 기후변화 원인을 줄이고 인류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권원태 한국기후변화학회 고문/ 국제미래학회 기후변화위원장
<필자 소개>
권원태 고문은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기후변화 연구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지구 및 한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산출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4대 회장과 APEC기후센터 원장을 역임했다. IPCC 4차, 5차 및 6차 평가보고서에 주저자로 참여해, 2007년 노벨평화상 기여인증서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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