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폐기물 시멘트의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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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을 뜨겁게 달궜던 불법 방치 폐기물로 만들어진 의성 쓰레기 산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대량의 폐기물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 해결사는 바로 시멘트 소성로였다. 19만2000톤 중 67.7%인 13만톤이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돼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처리됐다. 이는 재활용을 통해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알려졌고, 국민 안전보호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는 시멘트 업체에 친환경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표창장을 주는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였다.

시멘트 소성로는 석회석과 점토 등 시멘트 원료물질을 1450~1500도 고온으로 구워 시멘트를 제조한다. 시멘트 제조 시 소성로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주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이 다량 발생하며 질소산화물은 대기로 배출되면 대기 중 여러 물질과 화학 반응해 미세먼지로 전환된다. 질소산화물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폐기종,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멘트 제조시설이 위치한 강원도와 충청북도는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지역 전체 배출량의 89%와 95%를 차지한다. 질소산화물의 배출기준을 보면, 시멘트 소성시설은 270PPM인데 반해 폐기물 처리시설은 50PPM으로 최소 5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환경부는 재활용이라고 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대량 배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시멘트 소성로에 폐기물 투입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시멘트 생산량 대비 폐기물 투입 비율은 2005년 5%에서 2010년 8%, 2015년 13%, 2020년 17%까지 빠르게 늘어났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2017년, 2018년 발표한 논문에는 폐기물 투입으로 인한 시멘트 제품의 중금속에 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으며, 시멘트에 투입되는 폐기물이 중금속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폐기물이 포함된 시멘트에 대한 유해성 문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환경부는 2008년 수립한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 계획에 따라 자율협약에 근거해 매달 국내 시멘트 제품 속 6가크롬이 ㎏당 20㎎ 이하 인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멘트 속 중금속 물질인 6가크롬은 국제암연구소 지정 1급 발암물질이다. 우리 정부도 6가크롬 화합물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국가암정보센터는 6가크롬은 인간에게 폐암을 유발하는 확실한 발암물질로 인정한다. 유럽에서는 시장에 유통되는 시멘트의 6가크롬 함유량을 자율협약이 아닌 법으로 규제한다.

2021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기준을 적용했을 때 국내 시멘트 제품 속 6가크롬은 ㎏당 평균 6.76㎎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시멘트 속 6가크롬이 자율협약 기준치보다 낮은 결과가 나왔기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폐기물을 섞은 시멘트 제품에서만 6가크롬이 일정량 이상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보좌진들과 함께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국내 주요 시멘트 3개사 제품의 중금속 함유량을 유럽연합 방식(EN196-10:2006)으로 분석했다. 6가크롬이 가장 많았던 건 1㎏당 9.02㎎이 검출된 삼표시멘트 제품이었다. 유럽연합 법적 허용 기준인 '㎏당 2.00㎎'의 4.5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쌍용시멘트와 한라시멘트의 시멘트 제품에서도 1㎏당 각각 4.96㎎, 4.91㎎의 6가크롬이 측정돼 유럽연합 법정 기준을 초과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상당수가 유럽에선 불법 제품인 셈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시멘트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공사현장에서 청소, 폐자재정리 등 업무를 하면서 시멘트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이고 시멘트에는 6가크롬 등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구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지난해 건설현장 폐기물 처리 작업 노동자 A씨 피부질환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심의 의뢰에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면서 내놓은 업무상질병판정서 중의 일부 내용이다. 이미 건설현장에서는 시멘트 내 6가크롬 노출에 따른 피부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된다.

환경부는 시멘트 제품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해 왔다. 허울뿐인 기준을 내세워 시멘트업계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일본은 학교와 병원, 노인요양시설 등의 경우 건강취약계층이 생활하는 공간에 대해서 목재를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폐기물이 들어간 시멘트에 대한 성분표시제 및 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시멘트 제품에 인분을 비롯한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들어가고 있음에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넣으라고 권장하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53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늦었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 안전과 작업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다량의 폐기물이 들어가는 시멘트 제품의 법적 안전관리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T시론]폐기물 시멘트의 달콤한 유혹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csrimfree@naver.com

<필자>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17·19·20·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 1982년 매일경제신문을 거쳐 1985년 MBC에 입사, 21년 동안 사회부·경제부 등 취재현장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2003년 정치에 뛰어들어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해 문화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운영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18대 낙선 후 재입성한 19대와 이후 20·21대 국회에서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남북관계와 교류 협력 발전 특별위원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서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표 1> 배출시설별 배출허용기준>


<표 1> 배출시설별 배출허용기준

<<표 2> 국가별 크롬6가 분석방법 조사결과(단위: mg/kg)>


<표 2> 국가별 크롬6가 분석방법 조사결과(단위: mg/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