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고순도 '루테튬-177(Lu-177)'을 순수 국내기술만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국내 의료계가 염원하는 고순도 루테튬-177 생산 전 공정자립에 성공했다.
루테튬-177은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한 '테라노스틱스' 방사성동위원소로,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암과 전립선암 치료 등에 사용된다. 어떤 항체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나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중성자를 쪼여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드는 '조사 과정'과 필요 동위원소만 선별, 추출하는 '분리·정제 과정'으로 나뉘는데, 지난 2020년 원자력연의 국내 최초 루테튬-177 생산 및 시험 공급도 해외 중성자 조사를 거친 후 후속 절차만 국내에서 수행한 것이다.
반면에 이번 성과는 '중성자 조사' 과정 또한 국산화해 한층 진일보했다. 국내 유일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이용했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시간이 지나면 양이 줄어든다. 국내 연구로 이용하면 운송 시간이 짧아, 반감기에 따른 품질 저하를 줄일 수 있다.
또 원자력연은 순도를 높이기 위한 분리·정제 과정도 발전시켰다. 2020년 분리 장비와 자동화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한 이후 지속해서 성능을 개선했다. 특히 루테튬-177을 분리하는 용매를 변경하고 이를 담는 분리 칼럼 길이를 최적화해 기존 대비 분리 시간을 약 40% 단축했다.
원자력연은 지난달 하나로 가동 기간에 약 3000만원 상당인 920밀리퀴리(mCi)를 생산했다. 그 중 일부를 분리·정제해 서울대병원 및 경북대병원에 시험 공급했다. 해당 과정은 중성자 조사부터 분리·정제, 공급지 운송을 통틀어 10일 내로 진행됐다. 해외 운송에만 2주가량 소요되던 이전과 비교해,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두 병원은 루테튬-177의 질병 표적 물질 결합 표지 효율이 99% 이상임을 확인했다. 그만큼 원자력연 생산 방사성동위원소 순도가 뛰어나다.
연구진은 내년 대용량 분리·정제 장비를 개발, 한 번에 1~2퀴리(Ci: 1Ci=1,000mCi) 규모 생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국내 연구 수요를 충분히 만족하는 규모다.
박원석 원장은 “하나로가 본격적으로 가동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루테튬-177 대규모 상업 생산에 한발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최강혁 동위원소연구부 박사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인 '방사성동위원소 산업육성 및 고도화 기술지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